국제

"블프 손꼽아 기다렸는데"…물건도 없고 파격할인도 없다

입력 2021/10/20 17:40
수정 2021/10/21 10:42
美유통가 할인율 잇달아 낮춰

휴지·생수부터 반도체·車까지
전세계 공급 부족 도미노 심화

바이든 "LA항 논스톱" 무색
트럭기사 없어 새벽엔 멈춰

'100년 만의 가뭄' 덮친 브라질
커피 수확량·전력생산까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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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블프) 때에는 '지름신(神)'을 영접하기 어렵게 됐다.

코로나19발(發) 공급대란으로 유통 기업들이 시장에 내놓을 파격 할인 상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세계를 덮친 공급망 동맥경화는 휴지와 생수, 커피에서 석탄과 반도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모자라게 만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에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세계가 물자 부족 도미노 현상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미국 주요 유통기업들이 재고 부족으로 올해 '블프' 때 소비자들에게 제시할 할인율을 줄였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대중적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지난달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소매업 재고 부족으로 낮아진 할인율이 역설적으로 회사의 수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보고를 내놨다. 여성의류 기업인 제이질도 연말 쇼핑 시즌에 예년보다 할인 폭을 줄인다고 예고했다. 북미 지역에 약 27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스포츠용품 체인인 아카데미 스포츠도 연말연시 쇼핑객들이 과거에 비해 할인을 덜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연말 쇼핑을 망치지 않기 위해 육·해·공 물류공급망을 최대한 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게 현실이다.

CNN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로스앤젤레스(LA) 연안의 선박에 아직 20만개의 컨테이너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최대 관문항만인 롱비치항과 LA항을 주7일·24시간 운영하겠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오전 3~8시에는 컨테이너를 야적장에서 빼낼 트럭 운전사가 없어 아예 돌아가지 않는 터미널들도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미국 항만의 병목현상이 이어지면서 휴지와 생수는 물론 의류와 반려동물 사료 같은 필수품 공급도 큰 타격을 입었다. 백악관 관계자는 BBC에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도 연내 공급부족이 크게 개선되기 힘들 것임을 인정한 셈이다.

세계적 공급대란과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은 세계의 양대 공장인 중국과 인도에 직격탄을 날리며 악순환을 키우고 있다. BBC는 중국이 겪고 있는 최악의 전력난이 세계적 공급대란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메이든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 박사는 BBC에 "중국의 생산 차질이 종이와 식품, 섬유, 장난감, 아이폰 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 물건들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품귀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14억 인구의 인도 경제도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은 인도의 자동차 생산 급감으로 이어졌다. BBC에 따르면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루티 스즈키는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제동이 걸렸다.


인도는 석탄 가격 급등으로 시멘트와 철강, 건설 등 제조업 전반이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100년 만의 가뭄으로 올해 커피 수확량이 급감했다. 브라질은 전력 생산의 7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가뭄으로 인한 물부족이 전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운송비 급등과 컨테이너 부족까지 겹치면서 브라질 정부는 올해 커피 생산량이 전년 대비 2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아프리카의 대표적 석유·천연가스 부국인 나이지리아도 자국민들의 취사용 액화석유가스(LPG)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나이지리아는 석유 처리시설이 낙후돼 가정용 LPG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입가격이 치솟자 시민들이 LPG 대신 나무 등 다른 땔감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LPG 가격은 4월부터 7월 사이에 60% 가까이 올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심각한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레바논에서는 물과 의약품, 연료 등 생필품 부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 세계 공급망 문제가 수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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