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5년전 '쪽박' 베트남 펀드…미워도 다시 한번 볼 만하다고? [신짜오 베트남]

입력 2021/11/27 11:01
수정 2021/11/27 11:16
베트남증시 최초 1500돌파
여전히 거품 논란 있지만
베트남판 동학개미운동에
글로벌 투자까지 원동력
한국 혼자 투자해 거품 쌓던
15년전과 시선은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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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69] 베트남 종합주가지수인 VN지수가 사상 최초로 1500을 돌파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VN지수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기준 1500.81로 마감해 사상 최초로 1500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10월 27일 전일 대비 2.26%나 오르면서 1400선을 돌파한 VN지수는 불과 한 달 만에 1500선을 넘으며 신기원을 쓰는 중입니다.

금리 인상, 경기 피크아웃, 물가 상승 등 우려 때문에 세계 증시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이룬 성과입니다. VN지수는 25일 기준 1년 상승률이 49.52%에 달해 같은 기간 코스피(13.8%)는 물론 미국 다우지수(19.16%), 나스닥(31.63%)의 상승률을 가볍게 제압했습니다.


최근 들어 연일 게걸음을 걷고 있는 한국 증시가 재미없다며 미국 주식하는 게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최근 베트남 상장주식펀드(ETF) 등에 돈을 묻었으면 짭짤한 재미를 봤을 것입니다.

과거 베트남 증시는 한 차례 거품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때는 15년 전인 2006년. 당시는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전으로 전 세계 경제에 낙관적인 기대가 팽배했던 때였습니다. 넘치는 돈이 흘러갈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죠.

당시 한국 투자자와 증권사, 운용사 눈에 베트남이란 나라가 들어왔습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논리는 지금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한 해 경제성장률이 6~7%에 달하는 나라, 인구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인 젊은 나라, '포스트 차이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나라 등등.

당시 한국은 펀드 열풍이 불던 때였고, 펀드를 통해 해외투자를 하는 것에 꺼리낌이 없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2006년 한 해 동안 만들어진 각종 베트남 펀드에 무려 6000억원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직전 해인 2005년 말 기준 베트남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50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야말로 증시가 한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한 나라에서 베트남에 투자하겠다고 들어온 돈이 6000억원이 넘었으니 증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06년 폭등하던 VN지수는 2007년 1월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란 호재까지 맞아 불이 붙었고 2006년 초 300선이었던 VN지수는 2007년 3월 역사적 고점인 1170을 찍습니다. 베트남 증시 전체가 한국에서 건너온 돈으로 '지수 파티'를 한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끼리 베트남 주식을 사고팔면서 거품 위에 거품을 쌓은 셈입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경기 전체가 흔들리면서 VN지수는 직격탄을 맞았고 2009년 VN지수는 300을 깨고 200대로 추락합니다. VN지수가 다시 1000선을 넘어선 건 2018년이었습니다.

베트남 지수가 유례없는 고공 행진을 펼치면서 또 한 번의 거품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베트남의 경제 여건은 지금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올여름 이후 유례없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을 봉쇄하다시피 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은 -6.2%로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악이었습니다.

올 초 7%대까지 내다봤던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3분기 들어 5%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내년에는 V자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펄펄 끓는 증시 상황이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현지에서 베트남 증시가 상승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베트남판 동학개미운동'입니다. 일례로 올해 9월까지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신규 개설 주식계좌는 96만여 개로 지난 3년 동안 만들어진 계좌 수보다 더 많은 수준입니다. 신규 계좌 중 개인투자자 비중은 99% 이상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부동산 투자의 나라입니다. 금융이 발달하지 않는 나라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내 집 마련 욕구도 강하고 땅에 대한 욕심도 큽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자 발 빠른 베트남 MZ세대가 주식이란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처음 보는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부동산 마인드로 투자를 합니다. 한 번 주식을 사서 웬만하면 팔지를 않습니다. 유통 매물은 줄고 신규 계좌는 늘어나니 주식이 오르는 겁니다.

이것만으로 VN지수 상승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외국인 투자도 늘고 있습니다) 급격한 VN지수 상승에 베트남 개미들이 한몫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물론 VN지수도 단기간 급격히 오른 상승분을 반납하게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올라가는 그래프가 너무 가파르고, 역사를 찾아보면 가파르게 오른 그래프는 반드시 쉬었다 가는 특성을 보이니까요.

하지만 한국 돈으로 자전거래를 돌리며 지수에 거품을 만들었던 15년 전과 지금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15년 전 베트남 펀드에 제대로 물리신 분이 '베트남 증시는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베트남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의 다양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습니다. "가파르게 오른 베트남 증시는 반드시 무너진다"고 말하신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립니다.

[홍장원 기자(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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