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보고있나"…시진핑, 아프리카에 백신 10억회분 쏜다

입력 2021/11/30 17:56
수정 2021/12/01 08:44
시진핑, 中·아프리카포럼 참석

'美, 백신 사재기' 불만 파고들어
中 "말뿐인 美와 달리 실질 투자"

中·아프리카 위안화 센터 추진
현지 금융기관에 100억弗 지원
1500명 의료인력 파견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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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발원지인 아프리카에 선심 공세를 퍼부으며 전 세계 우군 확보에 나섰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선진국의 백신 독점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해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영상으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장관급 회담 개회식에서 "아프리카에 코로나19 백신 10억회분을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억회분은 무상 원조, 4억회분은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공동 생산하는 방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또 시 주석은 아프리카 금융기관들에 100억달러(약 11조9200억원)의 신용 한도를 제공하기 위해 '중·아프리카 위안화 센터'를 세우겠다고 했다. 자국 기업들이 3년간 아프리카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도록 장려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중국과 아프리카 간 인적 교류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위해 의료·보건 프로젝트 10개를 수행하고, 이를 위해 총 1500명의 대규모 의료 인력과 공중보건 전문가를 아프리카에 파견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의 빈곤 완화 등을 위해 농업 전문가 500명도 현지에 파견한다.

이 같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실질적 투자 없이 립서비스만 약속하며 아프리카를 지정학적 싸움터로 보는 것과 달리 중국과 아프리카의 실질적인 관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시 주석의 선물 공세는 아프리카 내에서 미국 등 서방세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제기돼 더욱 주목받았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우려해 남아공발 항공편 등을 차단한 국가들에 "깊이 실망했다"며 해당 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선진국의 백신 독점으로 아프리카가 백신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프리카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선진국의 백신 사재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빈곤 국가들이 백신 구매 여력이 없어 접종률이 낮아져 오미크론 같은 변이 바이러스의 '배양접시'가 됐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과거 개혁개방 이전에 경제가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프리카에 대해선 원조를 계속할 정도로 공을 들여왔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백신 불평등' 논란이 일자 미국과 차별화하는 차원에서 다시 아프리카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발표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과 가을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공산당 대회 등 중요한 행사를 앞둔 중국은 최근 전 세계 우군을 확보하고자 과감하게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2일에도 중·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1500억달러(약 178조원) 규모 농산물 수입과 15억달러(약 1조7800억원)의 개발원조 등을 약속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앞세운 중국과 '더 나은 세계 재건'을 표방하는 미국 간 외교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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