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리커창 예고 사흘만에 인하…추가 부양책 촉각

손일선 기자, 이유진 기자
입력 2021/12/06 17:29
수정 2021/12/06 23:23
中지준율 0.5%P 전격 인하

헝다·디디추싱 사태 여파로
부동산·금융시장 얼어붙자
다섯달 만에 지준율 또 낮춰
대출우대금리 인하 전망도

"무리한 돈풀기에 물가 오르면
시진핑 공동부유 노선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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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6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전격 발표하면서 경기 급랭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부채 공룡' 헝다발 부동산 시장 위기,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발 증권 시장 위기론이 증폭되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날 지준율 인하는 지난 3일 리커창 총리의 '예고' 발언 이후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리 총리는 3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의 영상 회의에서 "중국이 안정적이고 건전한 경제 운영을 보장할 것"이라며 "실물경제, 특히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지준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5일 중국기금보 등 중국 매체에 뒤늦게 보도됐다.


경제 수장인 리 총리의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연내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7월에도 상무회의에서 "적절한 시기에 지준율을 인하한다"고 발표한 뒤 이틀 만에 금융기관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렸다.

지준율 인하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월요일 발표는 이례적이다. 인민은행은 통상 금요일 저녁 금융시장 마감 이후 지준율 인하 계획을 공고했었다. 인민은행이 월요일 저녁에 갑자기 지준율 인하를 발표한 것은 그만큼 시장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예상보다 빠른 인하 카드가 나온 이유는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1분기까지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18.3%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2분기에는 성장률이 7.9%대로 반 토막 났다. 3분기에는 4.9%에 그쳐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하락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상 채무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헝다는 '리스크해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로이터통신은 헝다의 리스크해소위원회 출범이 "부채 구조조정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지준율 인하 외에 추가 부양책도 기대하고 있다. 당장 이번주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이번 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매년 말 회의를 열어 다음해 경제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중국이 미국의 테이퍼링에 앞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PR는 지난해 4월 이후 19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를 발표하면서 '대수만관(大水漫灌·물을 대량으로 푼다) 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사용했다. 중국 관가에서 대수만관은 경기 부양을 위해 물을 쏟아붓듯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리 총리도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이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는 돈 풀기에 의존한 과도한 통화 정책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시장 유동성 공급이 대폭 확대될 경우 물가 급등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0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13.5%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위적인 돈 풀기는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 사상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돈 풀기가 지속되면 집값 상승이나 빈부격차 심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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