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문대통령, 참석여부 결정 못 내려

입력 2021/12/07 17:52
수정 2021/12/07 19:27
백악관, 외교적보이콧 공식화

"신장위구르 등 인권유린 심각
어떤 정부사절도 파견 안해"
中 "가식적 행동…반격할것"

파이브아이즈등 혈맹 동참할듯
文대통령 참석여부 결정못내려
종전선언 구상 승부수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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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국 수도 베이징시에서 베이징올림픽 개최가 59일 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시계탑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난하며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베이징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나온 미국의 보이콧 결정에 중국 정부는 거칠게 반발했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가드레일'을 찾고 있었던 양국 관계도 급격히 얼어붙는 모양새다. 올림픽을 계기로 종전선언에 불을 지피려던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6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베이징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신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대량학살과 반인륜적 범죄, 다른 인권유린들을 고려해 베이징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어떠한 외교적 또는 (정부) 공식 대표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인권 옹호는 미국인들의 DNA 속에 있다"면서 "중국과 그 밖의 국가에서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선수들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또 동맹국들에 미국의 결정을 알렸다면서 동참 여부는 각국이 스스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원색적인 수사를 동원해 거칠게 반발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치적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 정치인들에게까지 초청장을 확대한 적이 없는데 난데없이 외교적 보이콧이 등장했다"며 "이런 가식적인 행동은 정치적 조작이자 올림픽헌장의 정신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만약 미국이 독단적으로 (외교적 보이콧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반드시 반격하는 조치를 결연하게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올림픽 참석을 검토해온 한국 정부도 예상보다 일찍 곤혹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다. 7일 외교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 언급할 사항이 없다"면서도 "다만 한국 정부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일단은 외교적 보이콧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언급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미국은 중국과 관련된 우리 정부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서방 진영이 보이콧 대열에 합류한다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정부는 중국의 초청을 받고 관례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참석자로 통보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개막식 참석 여부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는 중국 측이 문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동을 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참석 여부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아직 이르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각국도 고민에 빠졌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군사강국인 중국과의 경제·외교·안보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들로 이뤄진 '파이브아이즈' 국가들은 외교적 보이콧 동참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날 뉴질랜드는 파이브아이즈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외교적 불참 의사를 밝혔다. 뉴질랜드 현지 매체들은 그랜트 로버트슨 부총리 겸 체육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장관급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지난 10월 중국 측에도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인권 상황보다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고려했다며 외교적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총리관저 기자단의 질문에 "올림픽과 외교에서의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의 관점에서 스스로 판단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중국의 인권침해를 일관되게 비난해온 유럽권 국가 중에서도 베이징올림픽에 정부 대표를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나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임성현 기자 / 김성훈 기자 /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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