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 "쿠바에 무기배치" 협박에…美 "강경제재로 맞불"

입력 2022/01/14 17:29
수정 2022/01/15 00:10
미-러 3번째 회담도 허탕…우크라이나 위기 확산일로

"美 코앞에 軍시설 배치할것"
러시아 외무차관 엄포에
美, 러시아 수출통제 시사
EU는 경제제재 6개월 연장

"전쟁의 북소리 크게 울린다"
유럽안보기구 美대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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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서방과 러시아 간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중남미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스트럭처를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외교적 해법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면서도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1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상설 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서방은 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0일 러시아와 양자 회담을 개최했고, 12일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간 회담이 이어졌다.

세 차례 연쇄 회담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미국은 동맹국들과 대응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포함한 경제·금융 제재,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수출 통제,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승인 지연 등의 복합적인 제재 카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의지를 억지하겠다는 취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MSNBC 방송에서 "러시아가 외교와 대화의 길을 걷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엄청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나토가 함께할 것"이라며 "전례 없는 매우 중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가하고, 필요하다면 나토와 우크라이나 방어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나토의 문은 열려 있고, 나토 회원국이 되려고 결정하는 것은 국가별 주권적인 권리"라고 말했다.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러시아 요구사항에 선을 긋고 원칙적인 대응을 강조한 셈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외교가 더욱 분별력 있는 길이며 러시아인들은 스스로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쿠바 등 중남미에 군대를 배치할 수 있다는 러시아 측 발언에 대해 "엄포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 측과의 대화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 만일 러시아가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은 동맹국 파트너들과 우발 상황이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RTVi와의 인터뷰에서 1962년 옛 소련이 쿠바에 미국을 겨냥하는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재연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앞마당인 중남미 지역에 러시아의 군사 시설을 배치해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겠다는 전략이다.


ABC는 럅코프 차관의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고위 관리가 러시아군의 쿠바 등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다음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안전보장 제안에 대한 문서로 된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모든 사태 전개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정부 부처 사이트 다수가 대규모 국제해킹에 다운됐다.

이처럼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 일대의 전쟁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OSCE 의장국을 맡은 폴란드의 즈비그니에프 라우 외무장관은 "현재 OSCE 지역의 전쟁 위험이 지난 30년 중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우려했다. 마이클 카펜터 OSCE 미국대사도 "유럽이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며 "전쟁의 북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U는 이날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기존에 러시아에 부과된 경제 제재를 6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군사행동 우려는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2.4% 하락한 달러당 76.4루블에 거래됐다. 9개월래 최저치다. 러시아 모엑스지수도 4.05% 내렸다.

[김덕식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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