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르비아·코소보 해묵은 갈등 재연…EU 가입 멀어져

입력 2022/01/17 15:13
코소보, 세르비아계 주민 투표 제한…4월 총선 우려
EU "분쟁 해결해야 가입요건 충족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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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면서 가입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유고 연방에 속했던 양국은 인종 문제로 오랫동안 반목을 빚어 왔다.

알바니아계 무슬림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세르비아 군경이 알바니아계 주민을 학살하는 '인종청소'의 아픔을 겪었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세르비아계 주민이 다수인 코소보 북부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후 양국은 크고 작은 사안에서 부딪히며 대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소보가 자국 내 세르비아계 주민의 세르비아 국민투표 참여를 제한했다.


세르비아는 사법 개혁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하면서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이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소 설치를 요구했으나 코소보 정부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법관과 검찰 임용 절차에서 행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사법부 독립은 EU가 제시한 핵심 가입 조건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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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의 국민투표 참여 제한에 항의하는 세르비아계

이에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내 세르비아계 주민의 정치적, 시민적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세르비아 당국은 4월 3일 예정인 세르비아 대선·총선에서 코소보 세르비아계 주민의 투표가 방해받으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세르비아 국민투표에 이어 총선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진다면 양국의 갈등이 더 격화할 수도 있다.

EU는 발칸 지역의 안정을 위해 양국을 화해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2011년부터 EU의 중재로 화해 협상을 진행한 끝에 2013년 4월 관계정상화에 합의했다.




또한 2020년에는 미국의 중재로 경제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코소보를 여전히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코소보에 대한 영토적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EU는 양국에 대해 EU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화해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EU 가입을 먼저 추진한 세르비아는 코소보와 관계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2014년 1월부터 가입 후보국 자격으로 본격적인 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코소보도 EU 가입 전 단계인 '제휴 협정' 체결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EU 후보국이 EU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려면 까다로운 가입 협상을 거쳐야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후보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법권 독립 등 민주국가 체제를 갖춰야 하며 인권을 보장하고 소수자에 대한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시장경제가 기능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EU의 법률체계를 수용하고 경제통화동맹에도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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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EU 가입 추진

이런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EU와 후보국은 30여 개로 세분된 분야에 대한 협상과 검증작업을 진행한다.


EU와 가입 협상을 벌여야 하는 후보국은 EU에서 일정한 재정, 행정, 기술적 지원을 받게 된다.

EU는 발칸 국가들의 회원국 가입에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가입 협상 진척이 쉽지 않아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발칸 국가들이 러시아나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EU가 이들을 받아들이는데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이들 국가의 EU 가입 여건이 미비하다면서 제동을 건다.

특히 프랑스는 1990년대 내전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고 범죄, 부패와 씨름하는 발칸 국가를 받아들이는 데 반대하면서 우선 EU의 회원국 확대 시스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등 서유럽권은 EU 가입 요건의 엄격한 적용을 요구하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 기본적인 체제 문제에서 조건을 충족할 준비가 안 된 국가의 가입을 서두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발칸 국가 중 이미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EU에 가입했으며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는 후보국으로 선정돼 가입 협상 중이다. 보스니아와 코소보는 예비후보국으로 본격적인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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