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녀는 지적인 테러리스트"…'9.11 자작극' 주장 과학자 누구

입력 2022/01/17 17:27
수정 2022/01/17 18:58
텍사스 인질범이 석방요구한
'레이디 알카에다'는 누구

美 명문대 출신 신경과학자
"9·11은 자작극" 주장하며
생화학테러 문서소지중 체포
86년형 받고 텍사스서 복역
'파키스탄의 딸'로 영웅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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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카라치의 시위대가 자국 출신 여성 테러리스트 `아피아 시디키`의 사진을 들고 미국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EPA = 연합뉴스]

"파키스탄 여성인 '아피아 시디키'(49)가 미국 연방교도소에 수감됐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 미국 텍사스주의 유대교 회당에서 11시간 동안 유대교 성직자인 랍비 4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사망한 영국 국적의 남성 멀리크 파이절 아크럼(44)의 범행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수사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크럼은 인질로 잡은 랍비에게 뉴욕의 한 유명 랍비와 통화 연결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통화에서 아크럼은 시디키를 석방하기 위해 인질을 납치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디키는 파키스탄 출신 여성 과학자로, 과거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도 빈번하게 석방을 요구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미국 브랜다이스대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과학자였지만, 돌연 테러리즘의 길을 택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를 '이스라엘의 음모에 의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알카에다를 옹호해 '레이디 알카에다'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의 수상한 행보는 2001년 9·11 테러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해 세 자녀와 함께 미국 보스턴에 살던 시디키는 9·11테러 이후 남편과 헤어진 뒤 자녀와 함께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다. 9·11 테러 후에 미국에 머물면 자녀들이 기독교로 강제 개종될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사법당국은 시디키를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인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파키스탄으로 귀국한 뒤 자취를 감춘 시디키가 2003년 9·11 테러의 설계자로 알려진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의 조카 암마르 알 발루치와 재혼한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2004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시디키를 알카에다 최우선 수배자 7명의 명단에 올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당시 FBI는 그를 '알카에다의 조력자'로 규정했다.

2008년 시디키는 아프가니스탄 경찰에 체포된다. 월스트리트, 브루클린 브리지, 지하철 등 뉴욕시의 주요 장소들을 에볼라 바이러스와 생화학무기로 공격하는 계획을 담은 문서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FBI와 미군의 심문 과정에서 시디키는 한 병사의 소총을 빼앗은 뒤 발포하기도 했다. 다친 이는 없었으나 시디키는 2010년 살인미수 등 혐의로 뉴욕 연방법원에서 8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선고 당시 그는 "나는 미국인을 혐오한다" "미국에 죽음을" 같은 발언을 남겼다.

시디키가 수감되자 고국 파키스탄을 비롯해 IS 등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의 석방 요구가 이어졌다. 형 선고 직후 유사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시디키를 '파키스탄의 딸'이라고 칭하며 미국 측에 송환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파키스탄에서는 미국 법원의 유죄 판결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2013년 인질 23명이 사망한 알제리 천연가스 공장 인질극 때는 인질범인 이슬람 무장세력이 시디키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2014년에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인질로 잡은 IS가 몸값 1억유로와 함께 시디키를 풀어줄 것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비영리 싱크탱크 '국제 대테러활동연구소'의 사무국장 보아즈 가노는 "(시디키는) 아주 독특한 인물"이라며 "우리가 아는 것은 대단히 지적인 테러리스트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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