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 우크라 침공땐 달러결제망서 퇴출"

입력 2022/01/20 17:19
수정 2022/01/20 23:12
바이든 취임 1년 회견서 경고

러-유럽 가스관 중단 압박
반도체 수출 통제작업 착수
"동맹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

美 발트 3국 무기 반출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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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인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군 비행장에서 KA-52 앨리게이터 공격·정찰 헬기들이 시범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어떤 식으로든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러시아 침공이 현실화되면 달러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을 퇴출시키는 등 전례 없는 강력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 추측으로 푸틴 대통령은 침공할 것 같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쪽 접경 지역에 병력 10만명을 배치했고,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북쪽에도 군사를 이동시켜 전방위적으로 포위한 가운데 순순히 철군하지 않고 공세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심각한 비용을 부과해 러시아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유럽에 에너지를 공급해 총 경제수입의 45%만큼 올린다"면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가동 중단 가능성을 열어놨고 러시아 은행은 달러로 거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소규모 침입을 하면, 우리가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을지 등을 놓고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된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 대응 방안을 놓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간에 차이가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러시아 공격 강도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뜻으로 읽힌다. 러시아에 경미한 수준으로 침입해도 된다는 '그린 라이트(승인)'를 줬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면서 논란이 됐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소규모 침입 발언은) 러시아군, 준군사요원, 사이버 활동의 차이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악관은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면 새로운 침공"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은 신속하고 엄중하게 단합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찾아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놓고 2차 담판에 나선다.

백악관은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작업에 착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반도체산업협회에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 차단에 대비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중국 화웨이에 적용했던 규칙을 러시아에 적용하면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진 반도체, 컴퓨터, 가전, 통신장비의 러시아 선적을 중단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취임 1년간 많은 도전 과제 속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자리, 임금 등 발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북한과 관련해 질문한 기자도 없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 약속 이행과 중국산 제품의 고율 관세 철폐에 대해서는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며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자 유럽연합(EU)도 동참의지를 내비쳤다. 2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유럽은 대규모 경제 및 금융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를 겨냥한 바이든의 제재 경고에 대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반발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무부는 의회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요청한 미국산 무기 제3국 반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무기가 언제 우크라이나에 도착할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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