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크라 전쟁위기에 브렌트유 90달러 돌파

입력 2022/01/27 17:32
수정 2022/01/27 20:27
7년만에 최고치 기록해
유가 100달러 시대 눈앞

원유 재고량은 늘었지만
지정학적 우려에 가격 급등

유럽 천연가스 재고 '빨간불'
러 대체 '美 천연가스' 가격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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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가 7년 만에 90달러를 넘어섰다. 지정학적 위기가 유가를 끌어올리며 고유가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러시아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고조된 탓이다.

26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1.76달러(2.00%) 상승한 배럴당 89.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브렌트유 가격은 90.47달러까지 치솟았다.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10월 이후 7년3개월여 만이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75달러(2.04%) 오른 배럴당 87.35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원유 재고가 늘었지만, 지정학적 우려를 이기지 못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1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237만7000배럴 증가한 4억1620만배럴로 집계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리베카 보빈 CIBC프라이빗웰스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는 CNBC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기 전까지 국제 유가의 매수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제재에 나설 경우 러시아는 천연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는 유가가 지정학적 프리미엄으로 급등 국면을 이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시장이 취약해 유가가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3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생산이 목표에 미달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최고치 대비 100만배럴 정도 적은 점도 유가 상승 압박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유가와 함께 천연가스에 대한 경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량이 급감했다. 에너지 분석 기관 셀시어스에너지에 따르면 25일 기준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량은 1559BCF(세제곱피트)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6% 적은 수치로, 총 수용량의 41%에 불과하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던 유럽 국가들의 대체 수요가 집중된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북미 천연가스 주요 가격지표인 헨리허브 가스 3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3.65% 상승한 MMbtu당 4.04달러에 마감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독일의 천연가스 재고량은 40% 수준까지 떨어져 전년 같은 기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마르쿠스 크레버 독일 에너지공급업체 RWE 이사회 의장은 FAZ에 "천연가스도 석유처럼 국가 차원의 비축이 필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 천연가스 가격은 분명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공급이 완전히 끊긴다면 "어쩌면 수주일 등 짧은 시간 동안만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카드리 심손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다음달 초 열리는 미·EU 에너지협의회에서 천연가스 대란을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해 해소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할 예정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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