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상하이는 지금] "봉쇄 완화는 정부 발표에만"…갈 길 먼 정상화

입력 2022/05/17 15:37
마트 등 문 열기 시작했지만 극소수 그쳐…대다수 주민 계속 격리
'PCR 검사, 외출증, 구매증 3종세트' 있어야 슈퍼 입장
기업도 직원 공장에 데려오는 데 애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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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텅빈 봉쇄도시 상하이의 거리

"외부에서 다들 상하이 봉쇄가 풀리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건 정부가 발표하는 뉴스 속에서만 존재하는 얘깁니다. 언제부터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아무런 통보도 없어요."

상하이 민항구 주민 우모 씨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심드렁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시 당국이 지난 16일부터 슈퍼마켓, 음식점 등 일부 필수 업종 영업을 허용하는 등 도시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3월 중순부터 두 달 넘게 봉쇄 생활을 한 우씨의 삶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시 당국이 16일부터 봉쇄 강도를 서서히 낮춰 내달 1일부터 중순 사이 정상적인 생산·생활 질서를 완전 회복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아직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당장이라도 상하이 봉쇄가 완전히 풀릴 것처럼 대대적 선전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상하이시는 16일부터 '단계적 개방, 유동 인구 제한' 원칙에 기반해 가장 안전한 곳으로 분류된 '방어구역' 주민들부터 제한적으로 집 근처 외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도심권 대부분 지역에서 아직 주민들의 주거단지 밖 외출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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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주택 단지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상하이 시민들

기자가 사는 창닝구의 아파트 단지는 "사흘 안에 코로나19 PCR 검사를 한 번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임시 출입증을 발급하겠다"고 안내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외출이 허용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50일이 넘는 봉쇄 기간 당국의 공식 발표가 현실과 동떨어진 일을 반복해 겪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냉소가 팽배하다.

한 주민은 "발표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중국공산당이 하는 말은 도대체 하나도 믿을 수 있는 게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창닝구에 사는 사업가 우모 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가 사는 단지는 이날 단체로 PCR 검사를 진행하고 내일부터 외출을 허용한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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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시민들에게 발급되는 임시 출입증

하지만 50여일 만에 외출이 허용된다고 해서 봉쇄 전과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출은 가구당 한 명만 세시간까지만 허용된다. 단지 밖으로 나가도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이용할 수 없고 자신이 속한 말단 행정구역인 가도(街道)의 경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모든 주민의 자유로운 외출이 허용되기 전까지는 봉쇄의 강도가 낮아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17일에도 상하이 거리의 모습은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거리에는 특별 통행증을 발급받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배달 기사들을 제외하고는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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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도시 상하이 도로에 설치된 차단벽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주요 도로 곳곳에 설치된 장애물들도 아직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16일부터 슈퍼마켓과 마트, 음식점 등 일부 상점의 오프라인 영업을 허용한다는 발표가 났지만, 실제 문을 연 상점은 매우 적다.

대형 할인매장인 까르푸는 16일 시범 운영에 이어 17일부터 비로소 창닝구, 쉬후이구 등지에서 대형 점포 오프라인 영업에 들어갔다.

더우인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시범 운영일인 전날 까르푸 매장 앞에 수백 미터 줄을 서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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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한 번 가 봅시다"

그러나 대부분 주민이 집에 발이 묶여 꼼짝할 수도 없거니와 설사 마트를 찾아간다고 해도 마트에서 맘대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까르푸는 인터넷에 올린 공고에서 48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 음성 증명서, 각 단지가 발급한 외출증, 구매증을 모두 갖춘 고객만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각 말단 행정기관이 주민들에게 발급하는 구매증이라는 것은 이 증서를 가진 사람이 물건을 구입할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종잇조각이다.


1978년 개혁개방 전 계획경제 시절 중국에서는 돈이 있어도 배급표인 '양표'(糧標)가 있어야만 물건을 샀는데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오프라인 구매 권리를 통제하는 것이다.

운 좋게 매장에 들어간 사람도 계산까지 포함해 쇼핑을 꼭 1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구매 액수도 500위안(약 10만원) 이내로 제한된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매장 내 카트도 제공되지 않는다. 고객들은 집까지 무거운 물건을 직접 들고 가야 한다.

파는 쪽에서는 봉쇄 속에서 매장을 열어 운영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 많다.

앞서 이미 온라인 주문 영업을 해오던 까르푸는 모든 매장 직원들을 매장 안에서 숙식하게 하는 '폐쇄식 관리'를 하고 있다. 모든 매장 직원은 매일 한 차례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것도 모자라 하루 두 차례 더 신속 항원 검사를 한다.

이런 모습은 마비되다시피 했던 인구 2천500만명의 초거대 도시가 다시 제 기능을 회복하는 데 얼마나 큰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지를 보여준다.

다수 주민의 이동이 여전히 제약된 탓에 운영 재개를 먼저 특별히 허가받은 기업들이 공장 운영을 재개하는 데도 아직은 어려움이 많다.

상하이시 지정 조업 재개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한 한 기업 관계자는 경제 매체 차이신에 "조업 재개증이 있어도 많은 지역은 우리 직원들이 회사로 출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당국은 운영 재개를 원하는 공장과 상점들에 직원들을 직장에서 숙식시키도록 요구해 많은 기업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다만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중국 당국이 자국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안기고 세계 공급망까지 교란한 봉쇄를 서서히 푸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3월 이후 60여만명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자가 나온 끝에 상하이 코로나 확산세가 꺾였다. 4월 절정기에 2만7천여명까지 늘었던 신규 일일 감염자는 최근 1천명 이내로까지 감소했다. 14∼16일 사흘 연속으로 격리·통제 구역 바깥에서는 새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 '사회면 제로 코로나'도 달성됐다.

상하이시는 오는 22일부터는 버스·전철 등 대중교통 운행도 순차적으로 재개하는 등 도시 정상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상하이와 외부 도시를 잇는 철도·항공 등 교통편도 거의 끊어졌다가 다시 서서히 증편되고 있다.

상하이시는 전날 브리핑에서 6월 1일부터 공공기관 출근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결국 지금까지의 발표 내용을 종합해봤을 때, 일반 시민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져 '경제수도' 상하이가 예전과 비슷한 모습을 되찾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내달 초중반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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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상하이 도로 달리는 구급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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