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대출 연체자 속출, 주택 거래도 석달째 줄어

입력 2022/05/20 17:38
수정 2022/05/20 19:01
물가 치솟고 금리 올라
저신용자 상환능력 '뚝'
높은 집값 부담에 매물 쌓여
미국에서 치솟은 물가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미국 저신용자의 대출 연체율이 8개월 연속 증가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주택 판매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서브프라임(비우량) 신용자들의 자동차 대출, 개인 대출, 신용카드 대금의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용정보업체 에퀴팩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브프라임 개인 대출과 신용카드 연체자(60일 이상 연체 기준) 비율은 각각 11.3%, 11.1%를 기록했다. 이는 8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WSJ는 전했다.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및 리스 연체율은 지난 2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업계는 팬데믹 기간 서브프라임 연체율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최근의 증가세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팬데믹 기간 저신용자를 포함한 미국인들의 가계 재정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코로나19 위기로 가계 채무 불이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정부 부양책, 세액 공제 등 각종 지원 덕에 부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부양책이 끝나면서 소득과 저축금액이 적은 서브프라임 차입자들이 제일 먼저 충격을 체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연체율이 증가하는 점에 주목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40년 만에 맞는 최악의 인플레이션도 연체율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다. WSJ는 "인플레이션은 많은 미국 가정을 필수재를 구입할지, 대출 이자를 상환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평했다.


찰리 샤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우리는 여전히 우리 생애에서 본 것 중 최고의 신용 환경에 놓여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람들의 지불 능력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은 대출금리와 매매가격 탓에 미국 주택시장 분위기도 냉각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의 4월 기존 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4%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5.9% 뒷걸음쳤다. 4월 기존주택의 중위가격은 39만1200달러로 전년 대비 14.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에 따르면 이는 1999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집값과 급격한 모기지 이자율 상승이 구매자들의 활동을 감소시켰다"면서 "(주택시장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자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연초 2.9%대에서 지난주 5.3%까지 급등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주간 주택 구입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거래량은 감소한 반면 매물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주간 주택 매물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해 2019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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