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베트남 동남아컵 결승행에 호치민시 열광…"박항서, 이대론 못 보내" [신짜오 베트남]

입력 2022/05/21 11:01
수정 2022/05/21 11:03
'동남아컵 2연패' 유종의 미 거둘지 관심
후임으론 공오균 전 한국U-20 코치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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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신짜오 베트남-194]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숙적 말레이시아를 꺾고 2회 연속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 결승에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거리 응원에 나선 베트남 홈팬들은 열광했습니다.

박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베트남 푸토에서 치러진 말레이시아와의 대회 준결승에서 연장 후반 6분에 터진 응우옌티엔린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습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를 무패로 마치고 A조 1위(3승1무)에 올랐습니다. B조 2위를 기록한 말레이시아와 4강을 치렀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베트남을 한 수위 상대로 보고 수비에 집중했습니다.


베트남이 연신 공격을 퍼부었지만 말레이시아 골문은 열리지 않았죠. 베트남 젊은 선수들의 '피니시' 능력에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연장 후반이 되어서야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응우옌티엔린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더골을 작렬하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죠. 그는 상의를 탈의하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경기장 바깥은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호찌민시는 준결승 거리 응원을 위해 도로 차량을 통제했을 정도였습니다. 거리엔 5개의 대형 스크린이 깔리고 끝이 보이지않는 인파가 모여 코로나19 속박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했습니다. 코로나19로 참아왔던 응원 열기를 한 방에 불사르는 '보복 응원' 성격이 강했습니다.

경기 후 박 감독은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의 전술적 요구에 따라 플레이하기를 바라지만 축구는 발로 하는 스포츠고 실수가 잦아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승리를 얻었다는 것"이라고 선수들을 감쌌습니다.

결승에 오른 베트남은 동남아 최강 자리를 놓고 태국과 22일 일전을 벌입니다. 베트남은 현재 디펜딩챔피언 자격입니다. 2019년 열린 이 대회에서 박 감독은 팀을 사상 최초로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격년제로 열리는 이 대회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한 해 연기됐습니다.


태국과의 일전은 4강에서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태국에 아깝게 패배한 신태용 감독의 대리 복수전이기도 합니다. 신 감독의 인도네시아가 태국을 꺾었다면 한국 감독끼리 벌이는 결승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박 감독은 "태국팀 경기 영상을 많이 봤다. 플레이 스타일을 주의 깊게 연구했다"고 자신감을 표했습니다.

공교롭게 22일 태국과의 경기는 박 감독의 은퇴 경기가 될 전망입니다. 그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U-23 지휘봉을 내려놓습니다.

다만 박 감독이 베트남을 아예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베트남 성인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는 여전히 합니다. 박 감독 입장에서는 두 팀을 몇 년째 홀로 이끄느라 피로가 가중됐을 것입니다.

두 팀을 오가며 놀랄 만한 성과를 낸 박 감독은 자리를 한국인에게 물려줍니다. 박 감독의 성과에 감동한 베트남 축구협회가 같은 한국인인 공오균 전 한국 U-20 월드컵대표팀 코치를 선임했기 때문이죠.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감독으로 낙점된 것 역시 박 감독이 동남아 축구 대회에서 보여준 놀라운 능력이 촉매제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베트남 축구팬들은 벌써부터 떠나는 박 감독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팀을 위해 더 헌신해 달라" "U-23 감독에선 내려오더라도 고문으로 남아 조언을 해달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박 감독이 베트남 땅에서 지휘봉을 든 게 햇수로 따지면 벌써 5년째입니다. 부임하자마자 혁혁한 성과를 냈던 박 감독은 '스즈키컵 우승'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압도적인 성과를 꾸준히 내며 장수 감독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듯 박 감독도 언젠가는 감독 자리에서 내려올 텐데 과연 누가 그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한두 번도 아니고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팀을 정상의 자리로 이끄는 박 감독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홍장원 기자(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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