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獨 "석탄발전 확대"…러 가스 무기화에 '탈탄소' 후퇴

입력 2022/06/20 17:44
수정 2022/06/20 17:47
푸틴, 천연가스 공급 60% 줄여
독일, 겨울철 에너지 수요 대비
화력발전 재가동 고육책 내놔

오스트리아도 탈탄소 뒤집어
美·日 등 화석연료 잇단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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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량 대폭 축소에 대응해 석탄 발전을 다시 늘리기로 했다. 당장의 에너지난을 해소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로 독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에 다시 주목하면서 글로벌 탈탄소 기조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독일 정부는 유휴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천연가스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용의 에너지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15일 러시아가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량을 60% 줄이자 에너지 수급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은 우리를 동요시키고, (에너지) 가격을 올리려는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는 단호하고, 정확하고, 사려 깊게 우리 자신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긴급조치들은 2024년 3월 31일까지 시행되며 몇 주 내에 시행에 필요한 법률이 제정될 예정이다.

독일의 긴급조치는 석탄 발전은 늘리고 천연가스는 최대한 아껴 겨울철 에너지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독일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2020년 기준 49%에 달해 유럽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만큼 가스를 최대한 저장해놓는 것이 급선무라는 뜻이다. 현재 독일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총 저장능력의 56% 수준인데, 이를 11월까지 90%로 끌어올리는 것이 독일 정부의 목표다.

하베크 장관은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 생산에 가스가 덜 사용돼야 한다"며 "대신 석탄화력발전소가 더 많이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량은 독일 전체 공공 전력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긴급조치가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지하겠다는 기존 로드맵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하베크 장관은 "씁쓸하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는 가스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석탄 사용을 늘리는 건 가스 시장 상황이 악화한 데 따른 일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탈탄소 기조를 뒤집은 것은 독일뿐만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기존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따라 2020년 초 폐쇄했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취임 초기 친환경 정책을 내세웠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휘발유 가격이 치솟자 지난 4월 석유·가스 개발용 국유지 입찰을 재개했다. 이는 국유지에서 신규 석유·가스 시추 작업을 중단시킬 것이라던 자신의 대선 공약을 뒤집은 것이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엑손모빌·쉘 등 7개 석유 기업에 서한을 보내 휘발유, 경유 등 석유 제품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적인 화석연료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이달 초 기후변화 국제분석기관 기후행동트래커(CA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정부 대응 분석' 자료를 통해 미국·캐나다·노르웨이·일본 등이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영국·유럽연합(EU) 등에서는 화석연료 수입 계약이 새로 체결되거나 연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CAT는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생산과 시설 확충이 계획되고 있다"며 "화석연료 생산과 설비에 대한 세계적인 골드 러시가 목격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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