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EU·英 중앙은행총재 "저금리 시대 끝"

입력 2022/06/30 17:50
수정 2022/07/01 07:04
ECB회의서 한목소리 경고

전쟁·공급망 붕괴發 비용인상
신속한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

美 5월 PCE 지수 6.3% 상승
6월과 상승률 같았지만
여전히 40년래 최고치 근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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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영국 중앙은행장이 한목소리로 "저금리와 저물가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물가 상승을 완만하게 되돌리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속도를 올리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은행 총재들은 코로나19 대응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10년 이상 지속돼온 저물가 시대의 많은 요소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경제가 정치적 영향을 받으며 공급망이 붕괴되고 생산성이 낮아져 향후 성장을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러시아 제재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경제의 블록화를 부채질하며 비용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이 쉽지 않은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고통이 수반될 수 있지만 최악의 고통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하고 지속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6월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앞으로도 긴축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팬데믹 이후 경제가 이전과 다른 힘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 저물가 환경이 사라졌고, 경제 전반에 수급 왜곡이 나타나고, 탈세계화에 따른 공급망 분열도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달라진 환경에서 기존의 통화정책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언급하면서 "경기 후퇴를 유발하지 않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꽤 도전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자신했던 인플레이션 목표(2%) 달성에 대한 확신도 달라졌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율을 2%로 되돌릴 수 있는 경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이 다른 대륙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제조하는 장소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소가 단순히 비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인지, 적인지' 등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저물가 시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ECB가 공격적인 긴축으로 입장을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되면 더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가 발생했다"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BOE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준이 참고하는 5월 미국 물가지표가 시장 예측치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미국 상무부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3%, 전월 대비 0.6% 각각 상승했다고 밝혔다.

5월 PCE 가격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전월과 동일했으나 전월 대비 상승률은 6월(0.2%)보다 3배 뛰었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7%, 전월보다 0.3%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에 비해 오름폭은 소폭 낮았지만 여전히 40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PCE 가격 지수는 연준이 소비자물가지수(CPI)와 함께 통화정책을 펼칠 때 참고하는 핵심 지표로, 특히 근원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물가를 가늠할 때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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