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온실가스 배출 규제 안돼"…美대법, 또 反바이든 판결

입력 2022/07/01 17:26
수정 2022/07/01 21:15
낙태권 보장 판결 폐기 이어
석탄발전 제재 정부권한 제한

바이든 기후정책 차질 불가피
백악관 "美 후퇴, 파괴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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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 앞 시위 [EPA =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부의 포괄적인 온실가스 규제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놨다. 또다시 보수 성향을 분명히 하는 '우클릭' 결정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환경청이 대기오염방지법을 근거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방출을 광범위하게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이러한 판결에 대한 다수 의견을 내놨다.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반대했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이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은 현명한 위기 해결책일 수 있다"면서도 "의회가 미국 환경청에 자체적으로 규제 구조를 채택할 수 있는 정도의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적시했다.


정부 관료가 아니라 국민에게 선출된 의회 권력이 포괄적으로 규제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은 기후변화 대책에서 과도한 연방정부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취지인 만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2035년까지 청정 에너지로 전력망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을 후퇴시키는 또 다른 파괴적인 대법원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인 모든 힘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무부와 관련 기관에 대법원 판결 내용을 세심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오염물질에서 미국인을 계속 보호하기 위해 연방법에 근거해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맞서 여성의 낙태 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무력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날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성문화해 대법원 판결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방법은 의회의 표결"이라며 "만약 필리버스터가 가로막는다면 여기에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뿐만 아니라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위해 필리버스터 규정을 바꾸는 것에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수 성향 연방대법원은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장해왔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반세기 만인 지난달 24일 공식 폐기했고, 이를 둘러싸고 미국 내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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