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아, 미국아 그 惡手를 두지 마오 [노원명 에세이]

노원명 기자
입력 2022/08/07 09:53
수정 2022/08/07 09:58
조지프 나이는 국제정치학 교과서 ‘국제분쟁의 이해’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쟁은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잇따른 악수(惡手)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서 정말로 필연적인 것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을 전후해 대만해협 긴장 파고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동시에 ‘미국은 대만을 위해 중국과 전쟁할 수 있는가’도 생각한다. 누가 내 의견을 묻는다면 나이 교수의 ‘지침’을 따라 ‘악수가 중첩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악수를 두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겠다.

불안한 것은 지금이 중국과 미국 모두 악수를 둘 가능성이 높은 시점으로 보여진다는 점이다.


펠로시가 대만에 간 것을 나는 악수로 본다. 그것은 도덕적, 정의론적 관점에서 용기 있는 결단일지언정 국제정치의 체스판에서는 너무 도발적인 행마였다.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찾은 것은 1997년 뉴트 깅리치 이후 25년 만이었다. 미국 요인의 대만 방문은 늘 중국을 ‘미치게’ 한다. 그럼에도 1997년보다 2022년 방문이 더 위험한 것은 그때보다 미중 관계가 훨씬 경쟁적이고, 중국의 ‘머리’가 훨씬 커졌고, 1997년의 중국 지도자는 집권 1년차 장쩌민이었는데 지금은 ‘황제’ 반열에 오른 시진핑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대만해협에는 약 세 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진먼다오(金門道)를 포격한 1954년과 1958년의 위기,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미사일 발사와 군사훈련 등 무력시위를 벌인 1996년의 위기가 그것이다. 중국에 있어 대만은 ‘수복’되어야 할 ‘본토’로 기타 변경지역의 소요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따라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위협하는 이슈가 생길 때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반응을 보인다. 같은 최대치라도 중국의 국력과 더불어 위협의 정도는 계속 상승해 왔다.


1950년대는 본토에서 8km 거리의 진먼다오를 향해 포를 쏘는 것이 최대치였다면 1990년대에는 미사일을 날리고, 2022년에는 항모를 동원해 대만 섬 전체를 봉쇄해 버린다.

이전에는 중국이 미국과 대만해협에서 한판 붙을 수 없다는 걸 중국도 알고, 미국도 알았다. 게임이 안 됐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은 그들의 향상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것이다. 물론 미국과 ‘세계대전’을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모든 전쟁이 총력전일 필요는 없다. 대만해협에서 미국을 밀어낼 정도만 강하면 된다. 미국에 대만은 극히 중요하지만 중국이 ‘한판 붙자’고 나왔을 때 어디까지 ‘싸워줄’ 각오가 돼 있는지는 미지수다. 일방적 우세가 아니라면 절대 능력이 앞선다고 해서 싸움에 응하기는 주저된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말이다. 중국은 그런 미국의 의지를 테스트하고 싶을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국내정치적 동기가 더해진다. 중국 경제는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경제적 모순은 리더십을 위협한다. 이 와중에 시진핑은 종신 집권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대중 동원’과 ‘관심전환’에 민족주의와 영토만큼 확실한 특효약은 없다. 1958년 마오쩌둥이 진먼다오를 포격한 데는 ‘대약진운동’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었다.

시진핑은 대미 관계에서, 특히 그것이 대만과 통일 문제라면 결코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리더십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의 ‘악수’ 내지는 ‘무리수’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같은 ‘황제’였던 마오쩌둥은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겨룰 실력이 안 됐기 때문에 큰 걱정을 안 해도 됐다.


시진핑의 중국은 실력도 되고, 의지도 있다. 그렇다면 걱정해야 한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패권’을 차지할 것으로 보는 국제정치학자는 소수다. 그러나 미국이 유라시아에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 또한 많지 않다.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미국의 고민을 이렇게 정리했다.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군사력이 가장 집중된 지역의 평화가 10만 미군에 의해 얼마나 오랫동안 보장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쨌든 얼마나 오랫동안 미군이 머물러 있을 것인가?”

중국이 동아시아의 슈퍼파워로 자리매김하려 싸움을 걸어올 때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비켜주든가, 응전하든가 두 가지다. 비켜준다는 것은 대만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을 포기할 수 있을까. 대만을 포기하면 미국의 위신은 추락하고 한국과 일본, 호주의 충성을 포기해야 한다. 이것은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의 지역 맹주로 전락한다는 의미다.

내가 미국 대통령이라면 ‘예방전쟁’(preventive war)의 유혹을 느낄 것 같다. 예방전쟁이란 쉽게 말해 상대가 더 커지기 전에, 확실히 이길 수 있을 때 싸운다는 개념이다. 지금 대만해협 해상에서 국지전을 펼친다면 미국은 중국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중국에 굴욕을 안기고 시진핑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중국 지도부, 어쩌면 민주화까지도...

그러나 그렇게 전개되리란 보장은 없다. 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해 더 난폭한 중국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판사판으로 핵전쟁을 하자고 덤벼들 가능성은? 누가 알겠나.

다시 나이 교수의 경고를 상기하자면 모든 전쟁은 불가항력이 아니라 악수가 겹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 요인이 대만을 방문하고 중국이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위험한 악수이지만 예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다. 여기서 의도적인 악수가 추가되거나, 우연한 ‘총성 한발’이 더해지면 인류는 3차 세계대전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세계대전도 그랬다.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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