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4300억弗 '바이든표 신뉴딜'…고물가 잡힐까

입력 2022/08/08 17:41
수정 2022/08/08 17:43
美상원 '인플레 감축법' 통과

대기업 최소 15% 법인세
노인 의료비 절감 등 기대
기후변화·에너지 투자도

18개월간 공들인 바이든
중간선거에 유리한 호재

공화당 "인플레 못 잡을것"
美학자 200명 "경제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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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1월 취임한 직후 핵심 국정 어젠다로 '더 나은 재건'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방안을 담은 두 가지 예산법안을 제안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경제 회복을 위한 이른바 '바이든표 신뉴딜' 정책이다. 이 중 도로, 교통, 철도, 항만, 상수도 개선을 위한 1조2000억달러 규모의 '물리적 인프라법안'이 작년 11월 의회를 통과했다. 두 번째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등 사회안전망 강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사회복지 인프라법안은 민주당의 집안싸움으로 표류했다.

애초 3조5000억달러 예산으로 책정됐다가 내부 협의를 거쳐 2조달러로 줄어들었지만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인 조 맨친과 키어스틴 시너마의 반대로 공회전했다.


민주당 성향 상원의원 50명이 전원 동의해야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동원해 예산 조정 절차로 공화당(50명)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복지 인프라 예산 규모가 축소 조정돼 4300억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의회 통과가 급물살을 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탓에 40% 안팎의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가운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다.

미국 상원은 6~7일 이틀 동안 본회의를 열고 약 19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거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 의료비 절감,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 부과, 기업의 자사주 매입 시 1% 세금 부과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가결했다. 민주당 성향 상원의원 50명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활용해 극적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12일께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통과되면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거쳐 시행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18개월 만에 이뤄낸 정치적 결과물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길고 험난했지만 마침내 도착했다"며 "이 법은 지난 10년 동안 통과된 가장 중요한 입법 위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법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산' 전기차를 구입할 시 신형에는 최대 7500달러, 중고에는 40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태양광·풍력 같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가뭄에 대비하는 등 기후변화·에너지 안보에 총 369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공공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서는 노인의 본인부담금을 연간 2000달러로 제한하며 제약사에 대한 정부의 약값 협상력을 강화하는 등 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도 640억달러를 투입한다. 민주당은 총 4300억달러를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투입하면 그만큼 미국 가정에서의 비용이 감소해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당은 재원 마련을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우선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한다. 연간 10억달러 이상 수익을 내는 구글과 애플 등 약 150곳이 대상이다.


또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도 1%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상원 민주당은 처방약·의료보험·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적자를 줄이며 부유한 기업들의 공정한 세금 납부를 위해 투표하면서 미국 가정의 편에 섰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기 6년의 상원의원 100명 중 34명, 임기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선출하는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문제의 해법을 도출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여성의 낙태 권리 보호와 함께 인플레이션 해결책 모색을 통해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갈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 법이 고삐 풀린 물가를 억제하거나 경기 침체를 벗어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좌파들의 희망 지출 목록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인에게 더 많은 세금만 부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경제학자 200여 명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서한을 미국 상·하원 지도부에 최근 전달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버넌 스미스 등 230여 명의 경제학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으로 잘못 이름이 붙은 이 법안은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 지출은 물가 압력을 더하고 세금 인상으로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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