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 정도면 '또럼프'…같은말 400번 했다

입력 2022/08/11 17:50
수정 2022/08/12 07:53
자산가치 조작혐의 심문서
표적수사라며 묵비권 행사

WP "韓대통령 절반 수감"
수사 반발 트럼프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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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가면을 쓴 한 시민이 재소자 복장을 한 채 뉴욕 트럼프타워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족 기업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과 관련한 뉴욕주 검찰 질문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찰 심문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조직범죄 관련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을 두고 "무죄라면 왜 묵비권을 행사하느냐"며 조롱성 발언을 해놓고 정작 본인 조사에서 묵비권을 십분 활용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문 시작 직후 수정헌법 제5조의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관들의 질문에 대해 400번 이상 "같은 대답(same answer)"이라는 문구를 반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의 표적수사와 자신에게 적대적인 언론 환경을 언급하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에서 "예전에 '죄가 없다면 왜 묵비권을 행사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답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부동산 자산가치를 축소하면서도 은행 대출을 받을 땐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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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족 기업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에 대한 뉴욕주 검찰청 조사를 받기 위해 뉴욕 소재 트럼프타워를 나서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이 문제를 3년가량 추적 중인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그룹의 행위가 사기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뉴욕주 검찰은 이 사안을 민사 사건으로 다루고 있어 형사 기소를 할 수 없지만, 맨해튼 연방지검은 같은 사안을 형사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NYT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증언이 맨해튼 연방지검의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그가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도전할 경우 이번 묵비권 행사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이른 시일 내에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샨 타루어 칼럼니스트가 쓴 '미국, 전직 지도자 수사하는 민주국가에 합류'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한국의 평화로운 정권 교체에 미국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사법 처리를 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사법 처리가 드문 일이 아니고 오히려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초석이라는 것이다.

WP는 특히 전직 대통령을 잇달아 사법 처리한 한국을 사례로 들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전례가 화려하다"며 "2018년 기준으로 살아 있는 한국 대통령 가운데 절반이 수감 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자체가 한국 사회 전반의 부패나 민주주의 토대를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WP는 "미국에서처럼 정치적 양극화의 온상이 되는 대신, 한국은 부패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이겨내고 평화로운 민주적 정권 교체를 이끌어냈다"며 "미국인들은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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