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짓다 만 집 속출…'부동산 불패' 마침표

입력 2022/08/12 17:23
수정 2022/08/12 17:53
대출규제에 돈줄 막힌 개발사
공사비 조달 못해 입주 차질
中 전체 아파트 9%가 미완공

7월 평균 집값 하락폭 커져
신규주택 판매량 30% 감소
"경기침체 장기화 뇌관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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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허베이성 랑팡시는 주택 구입 제한조치를 전면 폐지했다. 원래 외지인은 시내 주택을 구입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시에 호적이 없거나 사회보장제도를 적용받지 않는 외지인도 주택을 살 수 있게 된다.

랑팡시는 주택 매입 자금 조달에 필요한 주택 적립금도 인하하도록 관내 은행에 지시했다고 베이징일보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랑팡시에서 주택가격이 지난 7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하자 주택 경기를 살려보고자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중국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팔아놓고 공사를 멈춘 '미완공 아파트'다.


지난달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1년 사전 판매된 주택 면적의 약 9%가 예정대로 완공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미완공 아파트로 입주에 차질을 빚는 곳이 약 24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노무라증권은 2013~2020년 사전 판매한 주택의 약 60%만 집주인에게 양도됐다고 밝혔다.

중국 개발업체들은 공사 중인 아파트를 미리 팔고, 사전에 받는 약 30%의 계약금으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왔다. 공정률이 25%만 돼도 지방정부가 사전 판매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전 판매 수익이 감소하고,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개발자들이 부채를 갚을 현금이 부족해지자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기준 허난성에서만 61곳, 후난성에서 32곳 등 최소 91개 도시, 300개 이상 사업장에서 주택 구매자들이 대출 상환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대규모 시위가 사실상 금지된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항의'였다.


중국 규제당국은 건설업자가 공사를 마칠 수 있게 대출을 확대하라고 금융권에 촉구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2014년에도 개발업체 수익이 감소하고 미분양 주택이 쌓였으나 당시에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지는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주택 대출 상환 관련 시위가 열린 허난성 정저우시는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어떤 균열을 만들고 있는지 보여준다.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2018~2020년 정저우시에서는 주택 평균 판매 가격이 40% 급등했다. 연면적 기준 주택 판매에서 중국 전체 도시 중 2위를 할 정도로 거래량도 많았다.

2020~2021년 대규모 홍수와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령을 겪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건설 프로젝트가 다수 중단됐고, 신규 주택 판매도 이 기간 30% 감소했다. 중국 정부의 대출규제까지 겹치면서 결국 자금줄이 막혀 아파트를 다 짓지 못하는 개발업체들이 나타났다.


이에 예비 입주자들이 대출 상환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주택 시장에서는 각종 지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부동산 정보회사에 따르면 중국 주요 개발업체들의 전국 아파트 판매는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70개 대도시 및 중간 규모 도시의 주택 가격을 조사한 결과 7월 주택 평균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5% 하락했다. 6월(-0.1%)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짓는 집도, 완성된 집도 줄었다. 새로 공사를 시작한 주택과 신규 입주 주택 면적은 1~6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4%, 35.4% 줄었고, 완공된 주택 면적도 21.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투자은행 ANZ의 베티 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시장은 이미 경착륙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에서 30% 가까이 차지했던 건설·부동산 투자 비중이 수년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인스티튜트는 현재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1%를 담당하는 주택 투자 비중이 2030년에는 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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