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악마의 시' 루슈디 피습…이란 고립 심화되나

입력 2022/08/14 17:38
수정 2022/08/14 22:58
'이슬람 모독' 30년 도피 작가
범인은 중동 이민자 출신 20대

"충격·슬픔…표현의 자유 지지"
바이든 등 서방 지도자들 규탄
이란 "악마가 지옥으로 향해"

핵협상에 막판변수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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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셔터쿼연구소에서 소설 `악마의 시` 작가 살만 루슈디를 흉기로 찌른 용의자 하디 마타르(24·왼쪽 셋째)가 현장에서 경찰에게 체포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소설 '악마의 시'로 이슬람 세계의 분노를 일으킨 작가 살만 루슈디가 흉기 습격을 당했다. 충격을 받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각국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피의자를 규탄했다. 반면 최고지도자가 무슬림에게 루슈디의 살해를 촉구한 이란에서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시점을 두고 의문을 표시했다.

루슈디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강연에서 무대 위로 돌진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과 복부를 찔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병원에 긴급 후송된 루슈디의 상처는 꽤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슈디의 동료 작가인 아티시 타시어는 다음 날 트위터를 통해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농담을 던지고 있다"며 그의 회복 소식을 전했다.


다만 루슈디의 대변인 앤드루 와일리는 "루슈디가 간 손상과 팔·눈에 신경 손상을 입었다"며 "그가 실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범행을 일으킨 피의자는 뉴저지주 페어뷰에 거주하는 하디 마타르로 확인됐다. 제이슨 슈미트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 지방검사장은 13일 "용의자를 2급 살인미수와 2급 폭행으로 공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체포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마타르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도 밝히지 않고 있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파트와(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율법 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와의 관련성이 제기됐다. 1988년 출간된 '악마의 시'가 이슬람 신성 모독 논란을 불러오자 이듬해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가 무슬림에게 루슈디의 살해를 촉구하는 파트와를 선포했다. 호메이니의 파트와 선언 이후 이란과 연계된 일부 이슬람 단체가 루슈디에 대해 300만달러 이상의 현상금을 걸었다고 BBC가 전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루슈디는 수시로 이사를 다니며 숨어 지내야 했다. 1991년에는 이 책의 일본어 번역가가 살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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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당국이 마타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을 분석한 결과 그가 시아파 극단주의와 이란 혁명수비대에 심정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NBC가 전했다.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마타르는 캘리포니아주 출신이지만 최근 뉴저지주로 이사해 버겐카운티 페어뷰에 거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루슈디 피습 사건에 충격을 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루슈디에 대한 사악한 공격에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며 "우리는 루슈디 및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과 연대해 미국적 가치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이번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기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부는 더욱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란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이란 유력 매체 카이한은 "변절자이자 악마 루슈디를 뉴욕에서 공격한 용감하고 순종적인 이에게 찬사를 보낸다"며 "신의 원수 목을 할퀸 이의 손은 입맞춤을 받아 마땅하다"고 논평했다.

모하마드 마란디 이란 핵 협상팀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핵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미묘한 시점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이란이 암살하려 했다는 미국의 발표와 루슈디 피습이 잇달아 발생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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