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술유출 막겠다더니…美 반도체등 핵심기술 對中수출 94% 승인

입력 2022/08/17 17:37
수정 2022/08/17 18:11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민감한 첨단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대부분 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안보를 위해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수출 통제 조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2020년 대중 수출액 1250억달러 가운데 정부의 사전 승인을 요하는 0.5% 미만 기술 관련 품목 중 94%(2652건)가 대중 수출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허가 비율이 88%로 낮아졌으나, 데이터 분석 방식이 2020년과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WSJ에 따르면 대중 수출이 허가된 품목에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반도체, 항공우주 부품,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포함됐다.

상무부는 중국과의 장기적인 경쟁을 추구한다는 목표하에 국방부, 국무부, 에너지부 등 관계 부처들과 협업해 수출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민감한 기술 수출이 대부분 허용되고 있어 상무부가 국가 안보보다 무역 이익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수출 통제 담당자였던 미라 리카델 전 상무관은 WSJ에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라며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 정부 내 컨센서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방부에서 대중 수출 통제 분석을 담당했던 스티브 쿠넌도 군사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의 수출 허가 비율이 너무 높은 것은 정책 실패의 증거라며 지난해 9월 사임했다. 반면 엄격한 대중 기술 수출 통제가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공백을 틈타 독일, 일본,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대중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상무부 관료를 지낸 케빈 울프는 "우방국들도 같은 수출 통제 조치를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