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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56)진황 편 준사 | 백성 구휼 소홀히 한 목민관 중벌

입력 2020.05.18 09:07   수정 2020.05.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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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음)’.

공무원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다. 자리 보전을 위해 소극적인 행정을 펼치는 공무원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공무원의 적극적인 행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적극행정 소통센터’를 전국 116곳에 설치해 기업들이 어디서든 애로사항을 접수할 수 있도록 전국 망을 구축하고 온라인 대응을 강화한다. 적극행정을 실천한 공무원에 대한 ‘신상필벌’도 강화한다.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 선발 인원도 두 배 늘린다. 협업을 통한 성과 창출을 위해 부서 단위 포상제를 도입하고 적극행정 유공 정부 포상을 신설한다. 또 특별승진과 특별승급, 국외 훈련, 성과급 ‘S’ 등 인센티브를 늘리기로 했다.


반면 소극행정을 펼치는 공무원에게는 업무 배제와 승진 불이익, 관리자 성과 평가·성과급 제한 등 조치를 의무화한다. 특히 올해는 국무조정실과 행정안전부 협업을 통해 소극행정 특별점검에 나선다. 이번 조치로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다소나마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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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황 편 마지막 조항 ‘준사’

▷큰 행사를 끝맺는다는 의미

진황 편의 마무리 조항은 ‘준사(竣事)’다. 준사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큰 행사를 마무리한다’는 의미다. 여기서의 ‘준사’는 흉년과 가난을 구제하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 상(賞)을 주고 잘못한 사람에게는 벌을 내리는 문제를 다룬다. 또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재정에 대한 결산(決算)을 다루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진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도와줬다면 상을 줘야 하고, 공무 수행 과정에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가 있었다면 당연히 엄한 벌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산은 “진휼하는 일을 마칠 즈음에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해 저지른 죄과를 하나하나 살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다산은 몇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사람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니, 백성이요, 하늘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상사를 속이고, 국가를 속이고, 구차하게 형벌을 피해 이익과 벼슬을 도모하기 위해 교묘하게 일을 꾸미는 공무원이 있다. 하지만 털끝만 한 사기와 허위까지도 백성들은 모르는 일이 없다. 자기의 죄를 알려고 하면 반드시 백성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이다. 상사는 속일 수 있고, 군부도 속일 수 있지만, 백성을 속일 수는 없다. 천지 귀신이 벌려 서서 환히 비치고 있으니 하늘을 속일 수 없으며, 시치미를 떼고 죽은 듯이 있어도 위를 보면 두렵고 굽어보면 부끄러운 마음을 속일 수가 없다. 백성과 하늘과 마음, 이 세 가지에 속이는 바가 없어야 한다.”

흉년을 이기고 백성을 돌보는 일에 공직자는 속임이 없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다산은 진휼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막아야 할 몇 가지를 설명한다.


다섯 가지 훔치는 것(五盜·오도)을 막고, 다섯 가지 숨기는 것(五匿·오익)이 없어야 하고, 다섯 가지 부당하게 얻는 것(五得·오득)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오득의 하나인 ‘득죄어천(得罪於天)’은 천지 귀신이 벌려 서서 밝게 비치면서 큰 그물을 드리워놓고 천벌을 논의하고 있으니, 이것은 하늘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하늘에 죄를 짓고서야 백성을 위하는 일이 바르게 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마지막은 오실(五失)이니 다섯 가지의 잃음이 없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오실의 대표적인 것은 실인심(失人心), 실관직(失官職)이다. 구휼의 정사를 펴다가 인심을 잃거나 관직을 잃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패망하는 일이다.

당시 공직자들은 흉년을 극복하고 굶주리는 백성을 보살펴준다는 핑계로 오도·오득·오실 등의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흔했다. 그런 일을 막고 진실로 흉년에 배고픈 사람들이 구제받을 행정을 펴서 약자들이 보호받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던 것이 다산의 뜻이었다.


아울러 저장된 곡식의 정확한 수량을 목민관이 직접 파악해야 다른 어떤 비리나 부정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공무원 상벌 규정 명확해야

▷진휼에 소극적이면 처벌 강화

다산은 상벌 문제에 대해 ‘경국대전’ 같은 법전에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처벌할 잘못에 대한 법조항을 나열했다.

“목민관이 굶주리는 백성을 진휼해 구하는 데 마음을 쓰지 않아 사망자를 많이 내고도 숨기고 보고하지 않은 경우는 중죄를 적용한다”는 경국대전 내용을 인용했다. 또 ‘속내전’에는 “진휼을 잘한 목민관은 논공행상한다”고 기록돼 있다. 반면 “수령이 진휼 정사에 부지런하지 않은 경우, 통훈대부 이하는 관찰사가 임금에게 아뢰어 장형에 처하고 통정대부 이상은 임금에게 아뢰어 파직한다”고 강조했다. 통훈대부 이하는 현감·현령·군수 등이고 통정대부 이상은 목사(牧使) 이상의 벼슬을 말한다.


흉년을 그런대로 극복해 가난을 이기고, 춘궁기를 지나 ‘망종(芒種·곡식의 씨를 뿌리는 시기)’에 이르면 그때는 간단한 잔치를 베풀어 흉년을 극복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자고 했다.

“망종날 진장(賑場·곡식 나눠주던 장소)을 파하고, 수고한 사람들을 위해서 파진연(罷賑宴)을 베풀되 기생을 부르거나 풍악을 쓰지 않는다.”

소박한 잔치로 고생했던 사람들을 위로하라는 의미다. 진휼이 끝났음을 알리는 간단한 잔치기 때문에 기생을 불러 가무를 즐기거나 풍악을 울려 지나친 잔치를 베풀지 말라는 뜻이었다. 파진연이란 구휼을 끝내고 수고한 사람을 위로하는 자리다. 경사가 있어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떠들썩한 잔치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다산은 본인이 지었던 산문인 ‘조승문(弔蠅文)’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조승문’이란 굶어 죽은 시체가 많아서 구더기가 생김으로써 그해에는 파리가 많아지는데 조승(파리를 조문함)이라 함은 파리에 가탁해 굶어 죽은 사람들을 조문한다는 뜻이다.

흉년을 이겨내자는 내용의 진황 편에서 다산은 아래와 같은 글로 마무리한다.


“큰 흉년 뒤에는 백성들의 기력이 없다. 큰 병을 치르고 나서 원기가 회복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잘 보살펴서 편안한 마음으로 마을로 돌아와 편안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다산은 이 과정에서 몇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양식을 보조해주고, 둘째 소를 도와주고, 셋째 조세를 가볍게 해주고, 넷째 빚 독촉을 하지 않고 탕감해줘야 한다고 했다.

“목민관은 때때로 마을과 들판을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고통을 살펴보고, 원하는 바를 물어서 정성껏 그 뜻을 이루게 해줘야 한다.”

준사의 마지막 구절은 의미가 크다.

“익성공(翼成公) 황희(黃喜·세종 때의 유명한 청백리)가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영동에 큰 흉년이 들었다. 그가 마음을 다해 진휼해 백성들이 굶주려 죽는 사람이 없었다. 영동 백성들이 삼척의 진장을 베풀었던 곳에 비를 세우고 대를 쌓아 ‘소공대(召公臺)’라고 일컬었다.




목민관이라면 황희같이 백성들의 존경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구절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58호 (2020.05.13~05.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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