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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레저홀릭] 문체부의 황당한 초능력

신익수 기자
입력 2020.05.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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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 업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초능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세상 모든 소리를 초단시간에 듣는 '소머즈(초능력 청력의 소유자 소머즈를 주인공으로 한 미국 드라마) 귀'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정확히 멘트까지 짚어내는 '예지력' 때문이다. 최근에는 문체부의 초능력이 모두 뿜어져 나왔다는 '수상한 간담회(?)'가 열렸다. 그 간담회를 재구성한다.

# 간담회 D-1

4월 22일. 문체부에서 장관 현장 방문 취재 계획안이 이메일로 날아온다. 다음날인 23일 장관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여행업계 현장을 방문(23일 오후 2~3시, 하나투어 사옥)하니 현장 취재를 원하는 기자들, 참석 회신을 달라는 내용이다.

약간 찜찜했던 건 참석자 명단이다. 호스트인 김진국 하나투어 사장과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 회장까지는 좋다.


그런데 나머지 멤버들이 낯설다. 정후연 아름여행사 대표, 이만영 에스에이엠투어 대표, 강찬식 여행신화 대표, 정명진 코스모진 대표. 업계 터줏대감인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롯데관광, 노랑풍선 등의 임원진은 쏙 빠졌다. 알고 보니 전부 한국여행업협회 임원진이다. 한 기자가 비꼬듯 말한다. "이건 숫제 한국여행업협회와 장관과의 미팅이잖아?"

# 간담회 당일

4월 23일. 오후 2시 장관 현장 도착. 30분간 면세점 등 본사 투어. 정확히 2시 30분 애로사항 청취가 시작된다. 그런데 분위기가 싸하다. "자, 지금부터 취재기자들은 나가주세요." 뭐야? 업계와의 애로사항을 듣고 보도하는 자리인데, 비밀 회담이라니? 기자간담회라며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인데, 출입금지다. 더 이상한 건 '애로사항 청취간담회' 시간이다. 이날 '비밀 회담'의 소요시간은 정확히 32분. 참석자 사장들이 한마디씩 인사말만 꺼내도 후딱 지나갈 시간이다. 여행사 숫자만 해도 2만여 개. 그 애로사항을 32분 만에 들었다니. '소머즈 귀' 버금가는 장관의 슈퍼 귀다.


# 더 수상한 보도자료

수상한 간담회를 더 수상하게 만든 건 '미래에서 온 보도자료'다. 간담회 시작도 전인 오전 11시 42분께 메일 하나가 도착한다. 제목은 '문체부 장관, 여행업 관계자 현장 격려 및 지원방안 논의'. 장관의 현장 방문 예정시간(오후 2~3시)도 되기 전인 오전, 미리 보내진 현장 스케치 보도자료다. 이메일 제목 아래에 쓰인 '오후 3시 엠바고(보도 자제 요청)' 문구. 보도자료를 열었다. 마지막 두 문단이 기가 막힌다.

'(중략) 간담회 참석자들은 여행업 휴·퇴직자 대상 단기 일자리 지원,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기간 연장, 대규모기업 지원 비율 상향, 코로나19 극복 이후 시장 변화 대비책 마련, 관광기금 상환유예 신청 추가 접수, 여행사를 통한 다양한 할인 정책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에 박양우 장관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추가 지원 대책에 오늘 의견을 추가로 반영해 여행 업계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우리나라 여행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과 여행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상반기에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시간 뒤에 열릴 밀실 간담회, 게다가 거기서 나온 장관 멘트까지 '미리' 알다니. 장관의 '소머즈 귀' 뺨치는, 문체부 대변인실의 가공할 예지력이다.

[신익수 여행·레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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