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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필동정담] 모기

장종회 기자
입력 2020.07.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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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모기가 괴롭히는 시절이 왔다. 모기는 대개 4월 말에 나타나 7~8월에 크게 늘었다가 9월 하순쯤 거의 사라진다. 요즘엔 냉난방이 좋아 출몰에 정해진 시기는 없지만 역시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가 제철이다. 올해는 방역을 많이 해서인지 좀 줄어든 듯하다. 그래도 닫아둔 창문 안쪽으로 날아다니는 모기 한 마리만 눈에 띄어도 거슬린다.

모기가 밉상인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인이 전해준 다산 정약용의 시 '증문(憎蚊·얄미운 모기)'을 보니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 "호랑이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코 골며 잠잘 수 있고/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 있어도/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모기 한 마리 웽 하고 귓가에 들려오면/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다/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어이하여 뼈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베이불 덮어 쓰고 이마만 내놓으면/금방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가 되고/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이미 가고 없어/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니…." 혹자는 다산이 모기에 탐관오리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고 해석한다.

가사에 모기(mosquito)를 넣은 팝송도 있다.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이다. 모기에서 뭔가 심오한 뜻을 떠올리려는 이들에게 곡을 쓴 커트 코베인은 운율을 맞추려는 무의미한 단어라고 일축한다. 어쩌면 세상살이를 귀찮게 여긴 코베인이 하찮은 모기에게 자신을 투영한 게 아닐까 싶다.

모기를 영어·스페인어·독일어 등에서 모스키토라는 같은 단어로 표현하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 속담엔 모기가 의인화해 등장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더위가 꺾이고 날이 선선해지면 여름내 극성이던 모기가 약해진다는 얘기다.


다산처럼 탐관까지 떠올리진 않더라도 얄미운 녀석을 안 보려면 아무래도 찬바람이 불어야 할 모양이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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