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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필동정담] '분홍 원피스'가 뭐길래

심윤희 논설위원
입력 2020.08.0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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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주목을 받았다. 원색의 스커트와 원피스, 호피무늬 구두, 목걸이·스카프 등 액세서리로 개성을 드러냈다. 그에 비하면 한국 여성 정치인들은 대부분이 무채색 옷을 입는다. 어쩌다 원색을 입을 때도 각 당의 컬러를 벗어나지 못한다. 소위 '패션 테러리스트'도 많다.

패셔너블한 옷차림은 국회의원 품위에 맞지 않는다는 고정관념과 무채색 양복 사이에서 튀지 않으려는 여성의원들의 특유의 조심성 탓으로 보인다. 옷차림은 생각을 규정하기도 한다. 지금 같은 천편일률적인 옷차림은 정치적 의견을 내는 데 있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분홍색 도트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등장하면서 때아닌 복장 논란이 일고 있다.


원피스가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부터 성적 비하 댓글까지 온라인이 와글와글하다. 일부 여당 지지자들은 '룸살롱 마담', 극우 사이트에서는 '술집 도우미' 등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성희롱성 혐오 표현을 쏟아냈다. '쉰내 나는 논쟁' '시대착오적인'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류 의원은 28세로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다. 그는 20대 청년층을 대표한다. 요즘 20대 여성 다수가 입는 옷을 입고 국회에 등원한 게 이렇게 갑론을박이 벌어질 일인가. '원피스 해프닝'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다양성이 공존하기 어려운 사회인지,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시장 반응은 뜨겁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는 폭풍 검색되며 수시간 만에 품절됐다.

해외 여성 정치인들은 미니스커트도 입고 하이힐도 신는다. 권위적이고 획일화된 국회에 다양성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행을 깨는 행동이 필요하다. 류 의원은 "국회의 권위가 양복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며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했다.


젊은 의원들의 '긁어 부스럼'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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