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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매경데스크] 요즘 영화관 가보셨나요?

전병득 기자
입력 2020.08.0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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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없어 영화산업 붕괴위기
제작인력 수만명 일자리 비상

고단한 삶 위로해줬던 영화
코로나 속 외면말고 응원을
정확히 8명이 있었다. 그 넓은 영화관에. 처음엔 상영시간이 잘못된 줄 알았다. 영화가 시작돼서야 이것이 현실이구나 싶어 당황스러웠다. 영화 '결백'이 재미없던 것도 아니다. 스토리는 짱짱했고 허준호·배종옥 연기는 압권이었다. 신혜선도 주연으로서 힘이 있었다. 처음엔 널찍이 봐서 좋았다. 하지만 점차 씁쓸해졌고 급기야 외로워지기까지 했다. 에어컨 찬바람이 부는 영화관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란. 강남 한복판, 그것도 주말에 이렇게 사람이 없을 줄이야. 문득 엄마의 '결백'을 밝히려 뛰어다니는 신혜선을 위로해주고 싶어졌다. 이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아시아권에서 흥행 1위를 한 강동원 주연의 '반도'를 본 것은 지난달이었다. 20명쯤 세다 관뒀다. 관객이 절반도 채 들지 않았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이 정도 박진감 있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예전 같으면 천만 관객 난리가 났을 것이다. '반도'는 300만명을 넘어 그나마 선방했다.


어쩌다 영화가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있나. 좀비가 뛰어다니는 스크린보다 영화관이 더 비현실적이었다. 갑자기 모든 게 그리워졌다. 극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팝콘·콜라를 먹고, 소곤소곤 잡담하고, 늦게 온 사람 때문에 일어서야 하는 불편함까지도.

영화를 본 후 찾은 식당은 딴 세상이었다. 영화관은 발열체크하고 전자출입명부 클릭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식당은 마스크 없이 침을 튀겨 가며 떠들고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밥을 먹는다. 텅빈 영화관과 꽉 찬 식당. 어느 쪽이 더 안전한가. 이건 영화 장르로 치면 호러다. 밥은 안 먹을 수 없지만 영화는 안 봐도 되기 때문일까. 영화인들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러다 사람들이 영영 영화관을 찾지 않을 까봐. 작년은 한국영화 100주년이었다. 천만 관객 돌파가 다섯 편 있었고 관객 수는 2억2667만여 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한 명이 연평균 4편의 영화를 보는 문화소비 강국이다. 이 여세로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다. 올해는 처참하다.


지난달 말까지 관객은 3754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0% 넘게 감소했다. 한국영화산업 종사자는 얼추 3만여 명. 영화를 만들던 이들이 대리기사를 뛰고 배달을 한다.

지난달 엔니오 모리코네의 죽음이 있었다. 많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그의 영화음악을 올리고 함께한 추억의 글을 띄웠다. '석양의 무법자'에서 '미션' '원스 어폰어타임 인 아메리카'를 거쳐 '시네마 천국'까지 며칠 동안 시간여행을 했다. 선율이 흐르면 영화 속 장면이 생각나고 그 시절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콧등이 시큰해졌다.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았던 청춘의 시간. 가장 값싸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영화였다. 모리코네는 아름다움과 슬픔, 그리움과 아픔의 감성으로 멀리 한국에 있는 고단한 청춘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지난 주말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그의 추모음악제는 좌석 띄워 앉기로 해서 만석이었다. 지휘자 빼고 오케스트라와 관객 모두 마스크를 했다. 영화는 그렇게 모두의 인생과 함께했다.


그의 죽음은 거대한 화면의 영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증표가 아닐까. 영화와 공연산업은 코로나19 이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 되면 영화를 통해 추억을 쌓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걸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은 관객뿐이다. 연기냐, 취소냐 고심 끝에 지난 6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첫날. 커튼콜을 하던 김준수는 마스크를 쓰고서도 찾아와 준 관객들이 너무 고마워 울었다. 그 모습에 모든 관객들과 스태프도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것을.

우리 인생에 많은 감동과 추억을 만들어준 문화예술인들이 생존 위기에 몰려 있다.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건 그들을 찾는 것이다. 하나만 알아 두자. 지금까지 극장에서 코로나19 감염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전 세계가 그 비결에 대해 문의를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도.

[전병득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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