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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김세형칼럼] 금모으기 운동과 통신료 2만원

김세형 기자
입력 2020.09.1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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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임기말 국가부채 50% 돌파
차기정권때 국가신용등급 하락
미국에 약점잡혀 辱보게 될 것
2023년이후 균형재정으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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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관료들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국가부채의 존재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뼛속 깊이 깨달았다고 한다.

IMF에서 구제금융 200억달러를 받고 ADB, 세계은행에서 차입으로도 모자라 해외금융시장에 외평채 30억달러를 발행해 급전을 조달하러 나갔다. 세계 금융도시를 돌며 로드쇼(roadshow)를 벌였는데 해외투자가들은 한국경제가 되살아나 과연 돈을 떼먹지 않고 갚을 수 있을지 그 근거를 요구했다.

당시 한국을 구한 생명줄은 국민들의 금모으기와 11.4%에 불과한 부채비율 두 가지였다고 한다. 국가위기에 전 국민이 나서는 금모으기 그리고 낮은 부채비율을 가진 결의에 찬 나라라면 믿을 수 있다며 100억달러 이상 자금이 모였다고 당시 실무책임자였던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그의 책(내가 살고 싶은 행복한 나라)에 썼다.


요즘처럼 통신료 2만원씩을 전 국민에게 뿌리느라 1조원이란 거금을 빚내서 헤프게 쓰는 한국이었다면 돈을 빌려줬을까. 안 빌려줬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국가부채비율 36%로 시작해 임기 말(2022년) 국가부채규모가 1000억달러, 부채비율이 50%라는 무서운 두 개의 관문을 넘는다. 특히 부채비율 증가속도는 눈이 핑핑 돌 지경이어서 요즘 대화주제는 온통 국가부채다.

최근 식사자리에서 만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문재인정부야 부채비율 50%로 임기를 마치면 그만이겠지만 차기정권은 신용등급 하향문제로 미국에 큰 욕(辱)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피치는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이 46%를 넘기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이미 사전경고를 했다.

반 전 총장 자신이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2003년 노무현정부 때 S&P,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추려는 걸 막으라는 대통령 특명을 받고 미국을 뛰어다니며 혼난 경험을 얘기했다. S&P나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춘다는 얘기가 나오면 환율이 크게 흔들리고 외국인이 주식, 채권을 내던지고 떠나면 기업경영도 엉망이 될 것이다.


동학개미는 재산을 잃고 통곡을 할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 일본에 급전을 꾸러 간 임창열 당시 부총리에게 돈을 꿔주지 말라고 앨런 그린스펀이 전화를 걸었다는 비화(秘話)가 그의 자서전 '격동의 시대'에 써져 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이수혁 주미대사가 '경제는 중국'이라며 미국의 비위를 긁은 발언록까지 들이밀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부채비율이 40%를 넘기면 왜 안 되느냐"고 했지만 권오규 전 부총리는 왜 40%를 넘겨선 안 되는지 탄탄한 논거를 제시했다. IMF 환난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GDP의 24% 자금이 소요돼더란 것이다. 그 정도로 국가부채비율이 순간 폭등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국가부채비율 60%를 넘기면 복원력이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자면 40%가 마지노선이란 계산이 나왔고 그것을 역대 장관들이 철의 수문장으로 보호해 왔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올해 재정적자 120조원, 내년 109조원을 책정했다.


코로나19 핑계로 선거용 선심으로 부채폭발을 만든 것이다.

세계는 내년에 코로나 사태를 종식하고 2022년부터는 정상으로 회귀할 것이다. 그러면 허리띠를 졸라매 빚을 갚고 균형재정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홍남기 경제팀은 재정적자를 2022년 123조원, 2023년 128조원, 2024년 127조원으로 3년간 378억달러 추가해 국가부채비율을 58.3%까지 늘려잡았다. 이 무슨 나라 망칠 일인가. IMF 환난, 2009년 금융위기 때는 잠시 적자를 늘렸다가 그다음 연도에는 거의 균형으로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재정준칙 제정을 서둘러 독일, 스웨덴처럼 적자를 더 이상 못 내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차기정권은 정말로 미국에 욕을 볼 것이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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