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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충무로에서] 부동산규제의 희생양 된 30대

이한나 기자
입력 2020.09.1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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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발목잡는 투기대책
전월세시장 흔드는 임대차법
'영끌'마저 힘든 30대 절망 커
3년 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즈음 결혼한 후배는 대통령 말만 믿고 신혼집을 장만하지 않고 전셋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치솟는 전세금에 놀라 다급히 사려고 주변을 보니 50%나 뛴 집값에 좌절하고 말았다.

정권 초 청와대에 출입하던 정치부 기자 모씨도 당시 김수현 정책실장 말만 믿고 본인 아파트를 팔았다가 이후 급등한 집값에 바가지만 긁히는 신세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이들의 사연을 동시에 접했다. 부동산 이슈는 모임 때 단골 메뉴지만 이제는 집을 가진 자의 분노보다 갖지 못한 자의 절망의 크기가 더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전셋값 급등으로 '투기꾼' 유주택자들을 겨냥했던 칼날에 오히려 무주택자들이 다치게 됐기 때문이다. 세금 폭탄을 피하고 보자며 집주인들은 세입자들 전세보증금과 월세라도 올려 버티려고 한다.


설상가상, 세입자들을 보호하겠다며 거대 야당이 게릴라전 치르듯 처리한 임대차법은 전월세 시장을 더 세게 흔들고 있다. 하필이면 코로나19에 미루다 올가을에 결혼한 탓에 혹은 이맘때 이사를 가게 된 탓에 고통을 받는 이들이 많다.

집값 공포에 질려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린다는 뜻으로 대출을 비롯한 가용 자금을 끌어모음)' 아파트를 매수하는 주체로 30대가 늘었다는 소식에 정작 후배들은 속상해 한다. 동년배 중에서 그렇게라도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부모 지원이 가능한 '금수저'에 한정된 얘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패닉 바잉이 극심했던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이미 정부가 설정한 고가 주택 기준선인 9억원을 넘어섰다. 30대 부부가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이제는 서울 외곽과 경기도까지 전셋값이 몇 달 만에 억대까지 뛰는 상황이 발생하자 '영끌' 해서 전세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이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발표하면서 전세 대기자들은 더 늘어나고 무주택자들의 '희망고문'도 시작됐다.


과거 경험 탓인지 '30대에 사전 청약하고, 40대에 입주하고, 50대에야 전매제한이 풀려 팔 수 있다'는 자조 섞인 유머가 유행이다. 재건축 대상 노후 아파트들은 안전사고 위험 속에 방치한 채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다.

[부동산부 = 이한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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