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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집단소송제를 둘러싼 논란-소송 남발에 기업 경영활동 위축될라

김경민 기자
입력 2020.10.12 11:27   수정 2020.10.1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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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증권 분야에만 도입된 집단소송제를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모든 분야에 적용하기로 해 논란이 뜨겁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업 상대 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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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집단소송제 도입하기로

▷피해자 50인 이상이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

법무부는 최근 “집단소송제를 분야에 제한 없이 도입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에 일괄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제처와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이르면 연말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는 제도다. 그동안 주가 조작, 허위 공시 등 증권 분야에만 도입됐을 뿐, 다른 분야에 적용되지는 않았다. 최근 폭스바겐 등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이 잇따르자 도입 분야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는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당시 집단소송을 인정한 미국, 독일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손해배상이 이뤄진 반면 국내 소비자 손해배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도입 배경을 밝혔다.


집단소송제는 분야 제한 없이 피해자 50인 이상의 모든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진다. 판결 효력도 모든 피해자에게 미친다. 또한 집단분쟁 사건에 사회적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1심에 국민참여재판이 적용된다.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증명 책임을 줄여주고 소송 전 증거조사 절차도 도입한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상법에 일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악의적인 위법 행위를 한 기업에 실제 손해보다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2011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도입 이후 다양한 법률을 통해 시행됐지만 산발적으로 적용돼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법무부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으로 효율적인 피해 구제, 예방이 이뤄지고 기업 책임경영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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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단소송제 도입 배경으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들었지만 정작 해외 기업보다 국내 기업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최영재 기자>

▶재계 반발 커져

▷기업인 민형사 책임져야, 위헌 소지도

정부 기대와 달리 재계는 벌써부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한국적 상황을 무시한 과도한 입법이라는 염려다. 집단소송제가 소급 적용될 경우 기업 책임이 무한대로 커지는 만큼 각종 소송전에 시달릴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기업이 집단소송을 불복할 수 없도록 해 논란이 거세다. 기존에는 법원이 집단소송을 허가하면 기업이 즉시 항고하는 식으로 불복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피고의 불복 사항을 본안 재판에서 함께 다루도록 했다. 이 때문에 기업은 법원 허가 결정을 받으면 무조건 본안소송에 말려들 수밖에 없게 됐다. A법무법인 한 변호사는 “그동안 소송 허가 결정에 대한 불복은 ‘즉시항고’로 가능했지만 앞으로 불복할 경우 본안 재판에서 다뤄야 하는 만큼 소송을 당하는 기업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1심에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될 경우 여론에 따라 판결이 좌지우지될 우려도 적잖다.


입법 취지가 피해자 구제에 맞춰 있다 보니 이들 제도가 악용될 경우 모든 기업이 ‘블랙컨슈머’의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다. 기업을 상대로 한 기획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관련, “날마다 소장이 날아올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002년 미국에서는 맥도날드가 광고 내용보다 실제 햄버거 열량이 높아 비만 위험을 관리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소비자 집단소송을 당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2016년 “얼음이 너무 많고 커피 양은 적다”는 이유로 500만달러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두 기업은 결국 승소했지만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피할 수 없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걱정한 기업들이 소송을 막는 데 급급하다 보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집단소송제 도입 배경으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들었지만, 정작 해외 기업보다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볼 우려도 적잖다. 대기업은 그나마 소송 대응 여력이 있지만 중소, 벤처기업은 소송 리스크로 자칫 경영이 휘둘릴 가능성도 높다.


거액의 소송가액을 노린 변호사들이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상대의 집단소송을 부추기는 사례도 속출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입법 취지가 선하다 할지라도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다수 선량한 기업의 법률 비용을 증가시키고 불필요한 소송 남발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피소 사실만으로도 신뢰도 저하, 매출 급감으로 기업 활동이 어려워지고 중소기업 도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헌 논란도 무시 못할 변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예측하기 어려운 피해액의 최대 5배를 부담하도록 한 점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이라는 시각이다. 집단소송제에 소급 적용을 둔 것도 헌법의 불소급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5배’라는 징벌적 배상금 산정 기준도 애매하다. 한편에서는 ‘과잉 입법’ 걱정도 나온다.


“이미 여러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규정돼 있는데 상법에도 같은 제도가 만들어지면 ‘옥상옥’ 규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미국의 경우 기업인은 형사 처벌을 별도로 받지 않고 징벌적 손해배상으로만 책임을 진다. 하지만 한국은 형사처벌에 더해 징벌적 성격의 민사 책임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기업 소송 부담이 커지면 결국 제품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기업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례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신청한 피해자에만 소송 효력이 미치는 ‘옵트인’ 방식을 도입하고 소송 자격도 까다롭게 따진다.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소비자가 얻는 공익도 생기겠지만 기업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기업 상대 소송을 부추기는 소위 ‘코파라치(기업(Corporation) + 파파라치)’가 기승을 부리면 기업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크다. 대기업은 그나마 버티겠지만 중소기업은 줄줄이 본사를 해외로 옮겨 일자리 감소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때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생각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9호 (2020.10.14~10.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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