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매경칼럼

[필동정담] 당신도 '부캐'가 있나요

이향휘 기자
입력 2020.10.28 00:04  
  • 공유
  • 글자크기
'센 언니' 4명이 뭉친 걸그룹 '환불 원정대' 인기가 뜨겁다. 데뷔곡 '돈 터치 미(Don't touch me)'는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부캐(副캐릭터·원래 모습 아닌 다른 캐릭터) 열풍'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멤버인 이효리, 엄정화, 제시, 화사는 각각 천옥, 만옥, 은비, 실비라는 부캐로 활동한다. 제작자 유재석도 지니유다. 출연자 모두가 부캐로 불리는데 시청자들은 본캐(본래 캐릭터)를 알면서도 속아준다. 지난해 유산슬에서 시작한 유재석의 부캐는 닭터유, 유두래곤 등 8개로 늘었다.


부캐는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던 말인데 연예인들이 앞다퉈 이미지 변신을 위해 만들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방송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찍이 이러한 유행을 간파하고 올해 소비 트렌드로 '멀티 페르소나'를 제시하기도 했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뜻하던 말. 이제는 일반인도 여러 개의 가면을 갖고 상황에 맞게 바꿔 쓰는 것이 자연스럽게 됐다는 것이다.

밀레니얼은 '부캐 열풍'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주말마다 피겨스케이팅을 즐긴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A씨는 "예전에는 하나의 삶을 살고 나머지는 포기하라고 했다면 이제는 여러 가지 삶을 살아도 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이면서 나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할 기회를 가졌다고 긍정한다. 정체성이 너무 많으면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기우였다. "부캐는 나의 일부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본캐 하나로 살기에는 너무 불안한 시대 영향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정규직 취업은 더 좁은 문이 됐고, 괜찮은 알바 자리 하나 얻기 어렵다. 평생 직장 개념도 폐기된 지 오래다.


어쩌면 '부캐' 하나쯤은 있어야 든든한 세상 같다.

[문화스포츠부 = 이향휘 차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