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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VIEW POINT] 금융권 기관장 인사가…전직관료 짝맞추기인가

이승훈 기자
입력 2020.10.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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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최근 진행 중인 금융권 인사를 지켜본 한 금융 원로는 혀를 내둘렀다. 금융단체와 금융회사 차기 수장을 뽑는 인사가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관료들만 보이는 잔치'로 전락한 데 따른 지적이다. 연말 금융권에는 거대한 채용 장터가 열렸다. 금융 유관기관으로 분류되는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협회장 3곳 임기가 11~12월에 모두 끝나 새로운 사람을 뽑는다.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SGI서울보증보험 사장, 코스콤 사장 임기도 모두 다음달 만료된다.

금융권에 노른자위 자리가 생기면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하고 싶은 사람들이 본인 능력을 내세우면서 지원을 호소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 결과 민간 회원사 지지를 많이 받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번 인사는 유독 관료들이 '퍼즐 맞추기' 식으로 인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말들이 끊이질 않는다. A협회는 현 회장 연임을 기정사실화했다가 후배 관료들이 반대하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자리에는 후배 관료 이름이 거론된다. B협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한 전직 관료는 어느 순간 A협회 후보로 탈바꿈했다. 퇴직 관료들 자리 배치 차원에서 협회를 왔다 갔다 했다는 말이 업계에 떠돈다. 한 민간 기관 수장에 거론됐던 모 인사는 후보로 등록하기도 전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가 진행돼 업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관료들이 업무를 통해 습득한 경험과 경륜을 유관기관에서 펼치는 것을 꼭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센 관료가 와서 업계 민원을 속시원히 해결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렇다고 관료들이 일치단결해 민간 기관에 자기 사람 심기에 주력하는 것을 곱게 보는 것은 아니다. 관료들 속성상 후임 자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관료가 이를 염두에 두면 본업을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장을 염두에 두고 은행에 약한 잣대를 들이댔다가는 지금과 같은 사모펀드 판매 대란이 재연된다.


보험협회장을 염두에 두고 이들을 느슨한 규제로 살피면 보험 불완전 판매를 영원히 해소하지 못한다. 특히 사모펀드 규제 완화와 감독 책임 외면으로 인한 펀드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전직 관료들이 영전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선임 절차를 뛰어넘는 전횡이다. 금융 유관기관 인사가 마치 정부 부처 인사처럼 관료가 주도하는 것은 역사를 뒤로 돌리는 것이다. 협회 수장 선임에는 회원사들 의견이 가장 중요한 법인데, 이를 반영하는 통로가 막힐 수도 있다. 금융 유관기관 선임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마치 정해진 각본처럼 A는 어디, B는 어디 등으로 퇴직 관료들 자리 나눠 먹기 얘기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공정한 인사를 강조해왔다. 낙하산 인사도 배제한다고 얘기해왔지만 정권 말로 갈수록 말과 행동은 따로 놀고 있다.


과거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경제 관료와 마피아를 합성한 말)' 폐해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권 말기에 관료들이 나서 민간 금융회사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면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금융부 = 이승훈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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