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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VIEW POINT] "국유화냐 재벌특혜냐" 産銀의 딜레마

윤원섭 기자
입력 2020.11.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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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추진하면서 특혜 시비와 국유화 딜레마에 빠졌다. 특혜 시비와 국유화는 이번 합병에서 최대 아킬레스건인데, 한쪽 문제를 피하고자 대책을 강구하면 다른 한쪽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 처했다. 조원태 회장에 대한 산은의 특혜 논란은 이번 딜이 지난주 초 공식 발표될 때부터 주요 문제로 제기됐다. 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마중물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을 두고 재벌 갑질의 상징이자 경영권 분쟁 중인 조 회장을 위한 백기사가 된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산은 지원 후 한진칼 지분율은 3자 연합 41%, 조 회장 측 37%, 산은 10%가 되고, 산은이 우군 역할을 한다면 조 회장은 총 지분 47%로 3자 연합을 물리치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산은은 '재벌 특혜 의혹' 제기를 인정하고, 이를 견제할 강력한 장치를 대거 마련했다.


그러나 이 장치들은 경영 개입으로 비칠 수 있을 만큼 강력해 사실상 국유화가 아니냐는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산은은 한진칼 경영에 핵심 의사 결정권자가 됐다. 첫째, 한진칼은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산은 측에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한진칼은 산은 측 사전 동의 없이는 그 어떠한 중요한 경영상 결정도 내릴 수 없게 됐다. 둘째, 산은은 한진칼 3대 주주로서 조 회장과 3자 연합 사이에 중립적 캐스팅보트를 실행하기로 했다. 조 회장과 3자 연합이 서로 분쟁 중임을 감안하면 양쪽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개진할 것이고 결국 캐스팅 보트를 쥔 산은이 최종 결정한다는 말이다.

의사 결정권에는 오너 퇴진도 포함됐다. 조 회장은 산은과 약속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경영평가위원회가 E등급 혹은 2년 연속 D등급을 매기면 퇴진한다. 산은은 타 주주와 의결권 행사를 통해 경영진 교체도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누군가 한 회사의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사전 동의권과 오너 퇴진권을 가지고 있다면 그 회사를 지배한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히 그 누군가가 국책은행인 산은이라면 사실상 국유화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생존의 위기를 맞은 글로벌 항공산업에서 사실상 국유화 방식의 통합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만일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통합 항공사 역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추가 지원이 불가피한 가운데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유화가 패착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한진에 이번 딜을 제안한 산은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이미 딜레마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산은으로서는 투명성과 소통을 바탕으로 균형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통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각 단계마다 적극 소통해 현실성과 수용성을 높인 균형점을 찾기 바란다.

[금융부 = 윤원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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