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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시가 있는 월요일] 우리는 대륙인이었다

허연 기자
입력 2020.11.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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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 이용악 作 <그리움>


우리는 북국의 정서를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 분단 이전 우리는 대륙인이었고 우리에겐 북국의 정서가 있었다. 이 시를 읽으면 마음속에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혈관 속에 남아 있는 북국의 정서가 꿈틀대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말을 하기 때문이다.

눈 세상을 뚫고 지나가는 밤 기차, 산과 산 사이의 작은 마을, 잉크병까지 얼어붙는 추위. 이런 이미지 속에는 잊고 있었던 북국의 정서가 녹아 있다.

밤 기차를 타고 대륙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갈 수 있는 날. 우리는 커다란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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