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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매경데스크] 누가 월성 1호를 탈원전 제물로 바쳤나

박봉권 기자
입력 2020.11.2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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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에 의한 조작 충격
현실 부정에 억지 점입가경
탈원전 광기 부메랑 맞을것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보고서' 결론은 왈가왈부할 내용이 전혀 아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약관화해서 달리 해석할 여지조차 없다.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이유로 제시한 경제성 평가가 철저히 조작됐다는 것이다. 전례 없는 조직적 감사 방해에다 조작 증거 인멸과 은폐, 그리고 거짓 진술까지 더해졌다. 그것도 거대한 국가 권력에 의해서 말이다. 충격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처럼 월성 1호기가 탈원전 폭주의 제물로 바쳐진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음에도 조작 세력 중 어느 누구 하나 사과하기는커녕 되레 더 기세등등하다. 분노조절장애자처럼 발끈하며 흰 것을 자꾸 까맣다고 우기며 억지 궤변의 생떼를 쓰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헌법기관이 내놓은 보고서를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난센스'라며 뭉개버렸다.


산업부 장관과 한수원 사장은 "보고서 어디에도 조작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며 경제성 조작 자체에 대해 잡아떼고 있다. 그러면 감사원이 할 일이 없어 없는 사실을 꾸며냈다는 건가. 일요일 저녁 다른 직원들 눈을 피해 원전 관련 문건 444건을 삭제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말장난 으로 수오지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성 조작 팩트를 뒤집기 힘들어지니 안전성·국민수용성을 종합적으로 봐야지 왜 경제성만 따지냐고 시비를 건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모양인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고, 원전이 들어선 경주 지역 주민들도 조기 폐쇄를 반대하니 그나마 조작 가능한 경제성을 폐쇄 이유로 내세운 게 정부다.

하다 하다 안 되니 이젠 통치 행위·대선 공약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복심이라는 여당 의원은 통치 행위·대선 공약을 문제 삼을 수 있냐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싸잡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왕의 통치 행위이니 아랫것들은 그냥 눈 가리고 귀 닫고 입 막으라는 거다. 절대 왕조 시대 때나 통하던 시대착오적 사고 체계를 가진 간신배들이 주군의 심기만 살피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든 통치 행위든 법을 어겼다면 처벌받는 게 정의다. 법 위에 군림하는 적폐짓을 하지 말라고 국민이 촛불을 든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통치 행위 뒤에 숨는 것 자체가 불법 행위가 있었음을 자인하는 격이다. 불법이 있었지만 통치 행위이고 대선 공약이니 그냥 못 본 채 넘어가 달라는 몰염치나 마찬가지다. 입만 열면 민주를 외치는 세력이 민주주의 근간인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 감사원 발표가 난센스라면 조작 몸통 혐의를 받고 있는 정부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를 방해할 게 아니라 더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조작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 자체로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인 데다 막대한 혈세 낭비까지 초래했다. 멀쩡한 월성 1호기를 정상적으로 돌렸다면 수조 원대 가치의 전기를 생산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입혔다는 점에서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엄중한 배임 행위나 매한가지다.


끝까지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하게 밝혀 사법 처리를 하는 게 법치를 세우는 길이다. 정상(normalcy)으로 돌아가려는 국민적 열망이 조 바이든의 미국 대선 압승을 이끌었다. 지난 4년간의 트럼프 비정상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우리 내부에도 비정상이 정상을 구축하는 부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부의 대표적인 비정상 헛발질 정책이 탈원전이다. 원전은 적폐가 아니다. 지난 40년간 저렴하고 질 좋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다. 이런 현실을 부정한 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을 강행한다면 탈원전 광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다.

[박봉권 벤처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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