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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Katchi Kapshida [손현덕 칼럼]

손현덕 기자
입력 2021.01.14 00:07   수정 2021.01.1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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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文이 공유한
'같이 갑시다'
우리에겐 기회이자 위험
미국은 기대이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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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4일 전인 작년 10월 29일 연합뉴스에 기고문을 보냈다. 우리말 '같이 갑시다'를 소리 나는 대로 영어로 옮겨 'Katchi Kapshida'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이 말을 문재인 대통령이 받았다. 트위터로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Katchi Kapshida'라고 썼다.

한미 양국 정상이 동맹을 염두에 두고 공유한 '같이 갑시다'라는 말. 근원은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생생한 증언을 나는 작년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백선엽 장군에게 들었다. 12년 전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있었던 인터뷰였다.

1950년 8월 21일. 한국군은 낙동강까지 후퇴했다. 당시 백선엽은 1사단을 맡았다. 한국군 부대로는 유일하게 미군에 배속돼 있었다. 그 앞엔 북한군 5개 보병사단이 마주하고 있었다. 배수진을 친 곳은 지금의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 그 유명한 다부동 전투다.

백선엽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그날 아침 반격하기로 돼 있었는데 적이 먼저 공격을 가해 왔다.


한국군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미8군 사령부에서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도대체 한국군은 싸울 의지가 있느냐'는 질책이었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지프차를 몰고 전방으로 나갔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병사들은 축 처진 모습으로 후퇴하고 있었다."

그때 백선엽은 한국 전쟁사에 길이 남는 지휘를 한다. "내 말 잘 들어라. 우리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후퇴할 곳이 없다. 물러서면 나라가 망한다. 우리와 같이하는 미군들은 우리를 믿고 싸우는데 우리가 먼저 후퇴하다니, 이 무슨 꼴인가.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적을 무서워해 후퇴하거든 나를 쏘아라." 기적 같은 승리였다. 그리고는 그 기세를 업고 백선엽은 가장 먼저 평양에 입성한다.

그 후 일본 도쿄에서 전쟁을 지휘하던 유엔군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가 한국 전선 시찰에 나섰다. 백선엽을 찾았다.


그때 백선엽이 맥아더에게 한 말이 '같이 갑시다'. 이 역사적 장면을 돈 스티버스라는 화가가 스케치했다. 현재 시카고에 소재한 프리츠커 군사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바로 그 그림.

바이든을 잘 아는 한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바이든=동맹'이라고.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 바이든이 생각하는 동맹의 핵심은 한·미·일 안보 협력이다. 2013년 부통령 자격으로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는 한일 과거사의 중재자를 자임했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에게 "야스쿠니에 가지 말라"고 경고한 인물이 바이든이다. 누구보다도 한일 양국 간 미묘한 역사 인식의 차이,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을 꿰뚫고 있었다. 4개월 뒤인 2014년 3월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이 그 성과였고, 2년 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일 간 위안부 합의가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내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 외교부 장관 3명이 워싱턴을 찾았다. 이정빈·한승수·최성홍 장관. 그때마다 바이든이 극진하게 맞았다.


자신의 집무실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게 관례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은 모두 국가원수를 맞이하는 접견장에서 이뤄졌다. 여야 상임위 간사와 주요 의원들을 배석시켰다. 동맹국에 대한 배려였다. 가끔 행사장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면 그때마다 레코드 틀 듯 하는 말. "우리는 당신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린 우방입니다." 그는 주한미군을 볼모로 방위비나 몇 푼 더 갈취하려는 도널드 트럼프와는 격이 다르며 화려한 언변을 구사했던 버락 오바마와도 스타일이 다르다. 실질과 행동을 중시한다.

난장판 대선을 치르고 일주일 뒤면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바이든.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가장 뜨거운 외교 현안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 2013년 바이든이 한국을 찾았을 때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가 한국을 향해 던진 '같이 갑시다'라는 말의 무게가 묵직하다.


우리에겐 기회이자 위험요인이며, 미국으로선 기대이기도 하지만 경고일 수도 있다.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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