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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매경포럼] 부동산 유토피아와 전체주의 vs 시장

김인수 기자
입력 2021.02.2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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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전셋값 걱정 없이 사는
부동산 유토피아 약속하며
개인의 재산권·자유 침해하는
'부동산 전체주의'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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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정부가 83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을 때였다. 문득 영국 정치가 윌리엄 피트의 1763년 의회 연설이 생각났다. "가장 가난한 사람조차 자기 오두막집 안에서는 국왕의 어떠한 무력에 대해서도 반항할 수 있다. 오두막집은 지붕이 들썩일 수도, 바람이 파고들 수도, 비가 들이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왕의 무력으로도 그 쓰러져가는 집의 문지방을 넘을 수 없다." 누구든 자기 집만큼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지킬 권리가 있다는 거였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이를 부인한다. 대책 발표일인 4일 이후 내가 산 집이 정비구역에 속하게 되면 현금만 받고 내 집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가 정비구역이 될지 알 도리가 없다. 운 나쁘면 자기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철도·도로 같은 필수 공익 시설을 짓는 거라면 이해한다.


그러나 이건 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 것이다. 집주인은 내몰고 제3자에게 집을 주겠다고 하니 이게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면 무엇이 재산권 침해인가. 258년 전 영국에서는 국왕조차 마음대로 넘을 수 있는 문지방이 단 한 개도 없다고 했는데, 오늘 한국의 공권력은 그 문지방을 넘어 집주인을 내몰겠다고 한다.

현 정부는 왜 이런 극단적 대책을 내놓는 것일까. 자신들 상상 속의 '부동산 유토피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부는 1가구당 1주택만 소유하라고 한다. 그러면 투기 수요가 없으니 집값이 안정될 거라고 한다. 임차인도 전셋값 오를 염려 없이 오래 살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집값과 전셋값 걱정 없는 부동산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그렇듯 유토피아적 이상을 가로막는 건 가뭄 같은 천재지변이 아니다. 인간의 욕구와 행동이다. 사람들은 좋은 학교와 직장, 멋진 카페가 있는 곳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런 곳에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은 오른다. 그 집값 인상을 예상해 사람들은 집을 추가로 산다. 전세를 끼고 산다. 집 구입 부담을 줄이려고 전셋값은 최대한 올린다.


집값도 전셋값도 상승한다.

정부는 사람들의 이런 욕구와 행동을 통제하려고 했다. 우선 주택 양도세와 보유세를 대폭 인상했다. 2019년 12월에는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은행 대출을 금지했다. 작년 6월에는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재건축한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지 못한다는 규제도 발표했다. 서울 잠실·대치동 일대를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런 통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 자기 집을 허물고 지은 새 집에 집주인은 못 살고 나와야 한다. 대출을 받아 살고 싶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한다. 특정 지역에 집을 사려면 관공서에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 이는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정부는 집값을 못 잡았다. 전셋값은 폭등했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유토피아에 대한 집착을 버릴 생각이 없다. 오히려 시민의 욕구를 더욱 통제하려 든다.


이런 악순환이 심해지면 전체주의적 색깔이 심해진다. '집값 안정을 통한 국민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전체의 이익을 명분으로 개인의 권리를 더욱 침해하게 된다.

대안은 '시장'이다. 시장은 인간의 욕구를 인정한다. 그 욕구를 활용해 공공선을 달성한다.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 우리가 집 안에 앉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다. 집값이 오를 것 같으니 집을 공급해 돈을 벌겠다는 누군가의 이기심 덕분이다. 누군가가 집으로 돈을 버는 게 싫다고 공급을 억누르면 집값만 오른다.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면 시민의 자유가 훼손된다. 그 종착점은 전체주의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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