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매경칼럼

[장경덕 칼럼] 비트코인,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장경덕 기자
입력 2021.02.24 00:07   수정 2021.02.24 08:25
  • 공유
  • 글자크기
치어리더들은 미덥지 않다
가치의 닻이 없는 가격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이미지 크게보기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화라고 해보자. 테슬라가 그저께 전기차 한 대 값으로 이 금화 하나를 받았다고 하자. 코인 값이 급락하면서 테슬라는 하루 새 1만달러 안팎을 손해 봤을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샀다. 한 달 만에 지난해 전기차를 팔아서 번 돈(7억달러)보다 많은 차익을 남겼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가장 유명한 치어리더였다. 하지만 다분히 충동적인 그의 견해는 미덥지 않다. 팬덤 현상에 부담을 느낀 듯 그는 자신이 투자자가 아니라 엔지니어라고 얼버무렸다. 머스크는 분명 혁신적인 기업가다. 하지만 화폐금융 분야 권위자는 아니다. 무작정 그를 추종하는 이들은 '엉뚱한 권위를 믿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태동했다.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가명)는 아마도 자유지상주의자였을 것이다. 돈을 마구 찍어대는 중앙은행과 걸핏하면 거래를 통제하는 정부에 넌더리를 냈을 법하다. 그래서 국가 통제에서 벗어난 가상화폐를 만들고 공급량을 2100만개로 한정했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위험에서 벗어난 해방구를 지향한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을 막는 데는 족쇄가 된다. 2017년 초 이 코인 하나로 스마트폰 하나를 살 수 있었다면, 그해 말에는 20개를 살 수 있었다. 한 해 물가가 95%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이 코인으로 측정한 물가는 80%나 떨어졌다. 이럴 때 사람들은 물건 값이 더 싸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극단적인 디플레이션이 오면 경제는 멈추고 말 것이다. 대공황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더 찍어내지 않으면 막을 수 없는 재앙이다.

이제 신비한 암호화폐에 대한 환상은 많이 걷혔다. 대중도 가격 변동이 심한 비트코인이 효율적인 교환의 매개나 안정적인 가치 척도 구실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10년 전 이맘때 1달러였던 이 코인이 5만달러를 넘나들게 된 데에는 세 가지 힘이 작용했다. 투기적 매수세를 일으킨 유동성의 힘, 누구나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해준 디지털 기술의 힘, 디지털 금화가 믿을 만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되리라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그것이다.


비트코인이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최근 코인 가격 폭등은 1920년대 독일이나 2000년대 짐바브웨가 경험한 것 같은 초인플레이션을 상정하지 않는 한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치인들의 무절제와 변덕은 매우 걱정스럽지만 아직 극단적인 초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징후는 없다.

비트코인의 희소성 자체가 곧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본질 가치라는 닻이 없는 투자 대상의 가격은 순전히 수급에 의존한다. 쉽게 말해 사는 이들과 파는 이들의 믿음에 따라 값이 정해지는 것이다. 갑자기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면 어떻게 될까. 너도나도 출구로 질주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정화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법정화폐 뒤에는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이 버티고 있다. 이 리바이어던이 화폐의 가치를 보증한다. 그 돈으로 세금을 받고 구매력을 갖도록 강제한다. 그리고 돈 가치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지 않은 화폐에는 이런 버팀목이 없다.


비트코인 투자를 리스크 헤지로 합리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헤지는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투자는 공격적으로 리스크를 안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나 거액 자산가들이 비트코인을 사는 것은 이른바 '바벨 전략'일 뿐이다. 자산 대부분을 안전하게 투자하면서 일부만 매우 높은 리스크에 노출하는 것이다. 리스크 자체를 즐기는 금수저와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흙수저의 전략은 달라야 한다. 가치의 닻이 없는 자산에 올인해놓고 인생 역전을 꿈꾸며 밤새 기도하는 투자는 너무 위험하다.

[장경덕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