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수입차+SUV+캠핑카, ‘1대’로 해결…세금도 2만8500원, ‘픽업’하세요

최기성 기자
입력 2021/04/02 17:17
수정 2021/04/0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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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렉스턴 스포츠칸, 현대 포니 픽업, 포드 레인저 랩터, 지프 글래디에이터(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제공=쌍용, 현대, 포드, 지프]

수입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캠핑카, 화물차. 1대만 사면 성향이 다른 차 3대 이상을 구입한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차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는 차박(차+숙박)은 물론 가족 단위 아웃도어 활동에도 최적화됐다.

픽업이라 줄여 부르는 픽업 트럭(Pick-up Truck)이다. 픽업은 첫 선을 보인지 100년이 넘은 차다. 물건을 싣기 위해 차량 뒤쪽에 나무로 만든 짐칸을 추가해 만들었다.

픽업 시초는 1908년 미국에서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연 포드 ‘모델 T’와 관련 있다. 1913년 모델T 뒷좌석을 개조한 픽업이 등장했다. 미국 브랜드인 쉐보레도 1918년 ‘원톤(One-Ton)’을 선보이며 픽업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픽업-아메리칸 스타일 카라이프의 정석

픽업은 도시보다는 차고를 갖춘 교외·시골 주택에 사는 미국인들 생활방식에 최적화됐다.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배달 문화가 발전하지 않은 미국 서부나 남부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픽업은 화물용은 물론 출퇴근용이나 가족 나들이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차로 여겨졌다.

덩치가 크고 무거워 ‘기름 먹는 하마’이지만 기름 값이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도 관람객에게 가장 사랑받은 모델은 친환경차도, 고성능차도 아닌 픽업이다. 픽업 공개 현장에는 언제나 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레저용으로 미드 사이즈 트럭, 개인 사업용이나 여행용으로는 풀 사이즈 트럭이 인기다. 풀 사이즈 트럭이 도로에서 많이 보이면 경기가 활성화됐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일거리가 늘어났고, 놀러가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국 픽업 시장 규모도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미국 SUV 및 픽업트럭 시장 규모는 총 2046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소형 SUV에 해당하는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가 51.8%로 가장 비중이 높다. 그 다음으로 픽업 23.9%, SUV 16.0%, 미니밴 8.3% 순이다.

판매대수는 연간 30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도 뛰어나다. 승용차 한 대당 자동차 회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3000달러 수준이지만 픽업트럭은 8000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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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무쏘 스포츠 [사진 제공=쌍용]

■국내 픽업, 브리사→포니→무쏘→렉스턴

국내 픽업 역사도 50년 가까이 됐다. 국산 픽업 기반을 닦은 모델은 1973년 출시된 브리사 픽업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로 유명해진 브리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국산 최초 고유 모델 승용차로 1975년 등장한 현대차 포니에도 픽업 모델이 존재했다. 포니는 이탈디자인을 이끈 ‘거장’ 조르제토 주자로가 디자인했다. 현대차는 1977년 가지치기 모델인 포니 픽업을 선보였다.

포니 픽업 이후 국산 픽업 대표주자 자리는 쌍용차 ‘스포츠’ 시리즈로 넘어갔다. 쌍용차는 2002년 450억원을 투자해 쌍용차 최초의 픽업트럭인 무쏘 스포츠를 내놨다. 그 이전에 구형 코란도를 기반으로 만든 코란도 픽업이 있었지만 쌍용차가 인정하는 최초 픽업은 무쏘 스포츠다.

무쏘 스포츠는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로 진화했다.

쌍용은 픽업 이미지도 개선했다. 화물차·용달차 느낌을 물씬 풍기는 픽업 대신 ‘스포츠’를 붙였다.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 레저유틸리티차량(LUV)으로 홍보했다.

더 나아가 렉스턴 스포츠를 ‘오픈형 렉스턴’으로 정의했다. 오픈형 데크(짐칸)를 가진 전천후 SUV라는 뜻이다. 그동안 간접 경쟁상대였던 SUV와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SUV와 경쟁하기 위해 SUV의 장점인 실용성을 강조하고 승차감과 편의성도 향상했다.

렉스턴 스포츠는 SUV를 뛰어넘는 활용성, 높은 가격 경쟁력, 낮은 자동차세금으로 SUV 시장에서 ‘픽미업(Pick me up)’ 열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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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 [사진 제공=쉐보레]

■미국 본고장 출신 픽업 삼총사, 한국 공략

쌍용차가 고군분투하며 황무지를 옥토로 만든 픽업 시장에 수입차 브랜드가 숟가락을 얹었다. 픽업 본고장 출신인 쉐보레, 지프(Jeep), 포드다.

100년 픽업 역사를 지닌 쉐보레는 지난 2019년 정통 아메리칸 픽업인 콜로라도를 가져왔다.

국내 최초로 공식 수입된 픽업인 콜로라도는 지난해 5215대가 판매됐다. 전년보다 291.7% 증가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이 장악한 수입차시장에서 판매 7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박힌 돌’ 렉스턴 스포츠에는 악재가 됐다. 지난해 쌍용차 픽업 전체 판매대수는 3만306대로 전년보다 18.5% 감소했다. 감소분 대부분은 쉐보레 콜로라도가 가져간 셈이다.

콜로라도 인기 비결은 아메리칸 픽업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갈고 닦은 편의사양과 실용성이다.


적재함에 오르지 않고도 손쉽게 화물을 옮길 수 있도록 뒷 범퍼 모서리에 발판을 장착한 코너 스텝이 대표적이다.

또 테일게이트 개폐에 용이하도록 설계된 로터리 댐퍼, 이지 리프트·로어 테일게이트, 내부 토션바 등에 쉐보레의 100년 픽업 노하우를 반영했다. 가격은 3830만~4649만원이다.

콜로라도도 수입 픽업 가능성을 파악한 지프도 지난해 브랜드 최초 컨버터블(오픈카) 픽업인 글래디에이터를 한국에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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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 제공=지프]

‘(로마 시대) 검투사’라는 뜻을 지닌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2018 미국 LA오토쇼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1947년부터 1992년까지 반세기 동안 지프가 트럭을 생산하며 쌓아온 견고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2020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올해의 트럭’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전계약 2주 만에 지난해 물량 300대가 모두 계약됐다. 사실상 완판된 셈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오프로더 제왕’ 지프의 견고한 신뢰성에 바탕을 둔 전설적인 4x4 성능, 지프 픽업의 풍부한 헤리티지를 지닌 고유 디자인, 동급 최고의 견인력과 적재량, 다재다능한 기능성, 연비 효율성을 갖춘 첨단 파워트레인, 오픈에어를 선사하는 개방성, 안전성과 직관적 기술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가격은 69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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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레인저 랩터 [사진 제공=포드]

‘미국인의 신발’ 포드도 픽업 시장에 진출했다. 포드는 이달부터 국내에서 레인저를 공식 판매한다.

포드 레인저는 와일드트랙과 랩터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온로드에 초점을 맞췄다. 차로 유지보조(Lane-Keeping System),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Adaptive Cruise Control),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Active Park Assist)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적용했다. 픽업트럭이지만 도심형 SUV 성능에 주력했다.

레인저 랩터는 오프로드에 특화한 모델이다. 전투기와 공룡 이름으로 잘 알려진 ‘랩터’의 뜻은 매와 같은 맹금, 작지만 힘세고 재빠른 약탈자를 의미한다. 포드는 퍼포먼스 모델에 랩터를 붙인다.

레인저 랩터는 레인저 와일드트랙보다 하체가 단단하다. 폭스 쇼크업소버와 올터레인 타이어를 장착해 오프로더에 좀 더 강하다. 오프로드에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바하 모드(Baja Mode)’도 탑재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와일드트랙이 5490x1870x1850mm, 랩터가 5500x2030x1870mm다. 랩터가 좀 더 크고 넓고 높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3220mm로 같다.

두 차종 모두 2.0ℓ 바이터보 디젤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213마력, 최대토크는 51.0kg.m다. 다른 2.0ℓ 엔진에 비해 토크에 좀 더 공들였다. 순식간에 치고 나가는 돌파 능력을 중시해서다. 복합연비는 와일드트랙이 10.0km/ℓ, 랩터가 8.9km/ℓ다.

가격은 레인저 와일드트랙이 4990만원, 레인저 랩터가 6390만원이다.

미국 출신 수입 픽업은 근육질의 야성미가 넘친다. 거칠고 강한 외모와 달리 속은 넓고 다재다능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는 ‘차박(차+숙박)’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적재함이 길고 넓어 아웃도어 용품을 충분히 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성인 2~3명이 뒹굴뒹굴 거리며 잠을 잘 수도 있다. 적재함에 커버를 설치하면 대형 SUV나 미니밴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다재다능하다.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는 쌍용 렉스턴 스포츠처럼 화물차로 분류돼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다. 수입차이지만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에 불과하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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