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서양원 칼럼] 부동산실패 못지않은 금융감독 실패

서양원 기자
입력 2021/04/08 00:07
수정 2021/04/08 10:57
키코 집착하다
라임, 옵티머스 방치
소비자보호 엉망, 문정부에 흠집
현장 아는 전문 리더십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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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가 코로나19 후폭풍 속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82% 감소한 1096억원, 순손실은 2185억원이다. 직원 2300여 명 중 2000여 명이 퇴사하거나 무급휴직 상태다. 직원들 월급을 못 줄 정도라면 부도나고 문을 닫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사모펀드 IMM에서 1289억원(16.7%)을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코로나19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사모펀드 순기능의 한 단면이다. 사모펀드 제한이 완화되면서 '조국펀드'처럼 악용되는 사례도 있지만 우량 펀드들은 자본시장을 두텁게 떠받치고 있다.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자금을 조달해주는가 하면, 직접 인수·합병(M&A)을 해서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중요한 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모펀드의 기능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 행태는 사모펀드의 토양을 황폐화시키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펀드 분쟁 때마다 판매회사의 임직원,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강한 철퇴를 때리다 보니 판매회사들이 아예 팔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설정된 사모펀드는 전년도 6438개에서 2535개로 줄었다. 펀드 규모도 42% 줄어든 58조원으로 급감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투자 규모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금감원은 이런 변화에 맞춰 감독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들 교육을 시켰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특히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하자마자 10년 전 대법원 판결까지 난 키코 문제를 들고나와 검사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그러다 보니 라임,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에게 미칠 피해 징후를 알고도 대응하지 못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라임, 옵티머스 사건은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대형 금융사고로 번졌다.


금감원의 강한 제재는 건마다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금융기관들은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배임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금융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상품 설명을 안 하고 피해를 보게 했다면 해당 금융기관이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법과 규정에 나온 것 이상으로 강하게 때려 놓고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법원에 가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런 행위는 금융의 기본인 '신뢰(Trust)'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윤 원장은 금융사고 예방 노력을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라임 사태를 당하고도 이후에 나온 펀드들까지 일방적으로 판매회사에만 책임지게 한 것에 대해서는 상식 밖의 행태라는 비판이 많다. 이 대목에서 조만간 발표될 감사원의 부실 펀드 감독에 대한 조사 결과에 주목한다. 금감원이 사고 징후를 포착하고도 판매를 중단시키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예고된 게 언제인데 지금까지 제대로 가다듬지 못한 것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부동산 정책 실패 못지않은 금융감독 실패다.

금융산업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도 얼마나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 신한, KB, 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을 비롯해 많은 금융기관들은 감독 업무를 뒤치다꺼리하느라 본업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금감원 내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인사 불협화음도 윤 원장 리더십 부재의 소치 아닌가. 그런데도 온갖 라인을 동원해 연임 운동을 한다는 소식은 씁쓸하다.

새로운 금감원장은 현장에 정통한 금융전문가가 와야 한다. 시장을 모르고, 산업을 모르고, 이념에 기울어 있는 이가 선임된다면 비슷한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외부인사 중 적격자가 없으면 내부에서 발탁하는 것도 검토돼야 한다.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후진적인 금융감독 행태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서양원 편집담당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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