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수입차만 보면 ‘울렁’, 사고처리 땐 ‘울컥’

최기성 기자
입력 2021/04/16 17:13
수정 2021/04/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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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산정 [사진 출처=손해보험협회]

#아버지가 타던 낡은 국산 중형차를 물려받은 이재형(가명) 씨는 지난 겨울에 발생한 사고만 생각하면 화가 불쑥불쑥 난다.

이 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에 갔다가 좁은 골목길에서 국내에 몇 대 없는 수입 스포츠카와 부딪치는 사고를 냈다. 과실비율은 두 차량 모두 똑같았다. 그러나 상대방 수리비가 너무 비쌌다. 해당 스포츠차를 수리할 부품은 국내에 없어 수리기간만 한달이 넘었다.

이 씨가 책임져야 할 비용은 2500만원에 달했다.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대물배상 한도를 2000만원으로 설정해둔 이씨는 결국 나머지 500만원을 자신이 물어야 했다.

#심상해(가명) 씨는 좁은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오던 중 바로 옆에 바짝 붙어 있던 독일 중형세단 범퍼에 10cm 가량 흠집을 냈다.


흔적을 만져보니 살짝 스친 수준이고 일부 흔적은 손으로 만지자 지워졌다. 심 씨는 주차장이 좁아 종종 발생하는 흠집 사고인데다 자신의 차를 긁고 간 운전자에게 사과만 받고 끝낸 적도 있어 그냥 갈까하다가 양심에 걸려 차주에게 전화했다.

심 씨는 차주가 전화를 받지 않고 약속 시간도 촉박해 문자로 사고 사실을 알려주고 사고 부위 사진도 보내줬다. 보험사에도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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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고차 [사진 촬영=최기성 기자]

며칠 뒤 보험사에서는 상대방이 수리를 요청했다며 수리비는 100만원 정도 나오고, 렌터카 대여비나 교통비를 포함하면 150만원 정도 될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수입차와 사고 나면 ‘억’소리, 수리할 땐 ‘곡’소리 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증명하듯 도로에서 수입차만 보면 피해가려는 국산차 운전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수입차 공포증에 걸려서다.

국산차라면 100만~200만원에 해결할 수 있는 가벼운 사고라도 상대차량이 수입차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1000만원 이상 수리비가 들기도 하고, 사고 규모나 차종에 따라 ‘억’소리가 날 수도 있다.

원인은 비싸 수입차 수리비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282만원이다. 국산차(114만원)보다 2.5배 많이 든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부품비는 3.8배, 공임비는 2배, 도장비는 2배 정도 비싸다.

비싼 수입차 수리비는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다. 수입차 과실비율이 높더라도 비싼 수입차 부품비·공임비와 국산차보다 오래 걸리는 수리 기간 동안 발생하는 렌트비 때문에 피해자인 국산차 운전자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수입차 공포증에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싼 수입차와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에게 물어줘야 할 비용이 다행히 대물보험 한도에 포함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대물보험 한도를 초과한다면 나머지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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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사진 출처=매경DB]

수리비가 비싼 수입차도 증가추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연도별 신규 등록대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22만5279대, 2017년 23만3088대, 2018년 26만0705대, 2019년 24만4780대, 2020년 27만4859대로 나왔다. 매년 수입차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차량 구성비 현황에서도 수입차 비중은 2018년 11%, 2019년 12%, 2020년 12.9%로 늘었다.

손해보험업계는 비싼 수입차 수리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미한 손상은 부품 교체 대신 복원 수리비만 지급하고 수입차 보험사기에 악용되는 자차손해 사고 미수선수리비 제도를 폐지하는 등 개선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국산차에 불리한 과실비율 산정법이 개선되거나, 수입차 부품 값이 국산차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수입차와 사고났을 때 국산차 운전자가 피해를 보는 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수입차 공포증에 걸린 운전자들은 대안으로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대물배상 한도를 높이고 있다.

2004년 이전에는 2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억을 넘어 ‘억억’ 소리가 나는 벤츠, BMW,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 차량이 많아진 요즘에는 3억원 이상이 대세가 됐다.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 대물담보 금액별 가입 현황에 따르면 대물담보 가입 차량은 2018년 1630만대에서 지난해에는 1723만8000대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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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브랜드 서비스센터 [사진 출처=매경DB]

이 중 대물담보 1억원 미만은 2018년 61만7000대에서 지난해 65만6000여대로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억원은 150만대에서 88만4000대로 감소했다. 2억원도 630만대에서 394만대2000대로 줄었다. 반면 3억원 이상은 787만9000대에서 1175만6000대로 급증했다.

대물한도를 높이면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가입 한도를 2000만원으로 설정했을 때 보험료가 11만원이라면 1억원으로 책정할 때는 13만~14만원 수준, 5억원으로 정할 때는 14만~15만원 정도다.

1년에 2만~4만원 정도 더 내야 한다.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크다면 큰 비용이다. 수입차 소유자는 물론 수입차가 일으킨 사고로 억울하게 피해를 볼 수 있는 상대 차량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리비를 현재보다 더 내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대체 부품 확대로 부품 값을 줄이고 수입차 서비스센터 확충으로 수리 기간도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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