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시가 있는 월요일] 아버지 기도가 딸 지켜주길

입력 2021/04/1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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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폭풍은 소리친다.
요람 덮개와 이불에 반쯤 가려
아기는 자고 있는데,
대서양 위에서 생겨
건초더미와 지붕을 쓰러뜨리는
바람을 막아주는 것은
그레고리네 숲과 벌거벗은 동산뿐.
나는 한 시간 동안 거닐면서 기도했다.

(중략)

즐거움만으로 남자를 따르는 일 없고,
즐거움만으로 말다툼하는 일 없기를.
이 아이가 영원하고 정겨운 땅에
뿌리내린
푸른 월계수같이 살기를.

- WB 예이츠 '나의 딸을 위한 기도' 중


아일랜드의 국민시인 예이츠는 1917년 첫딸 앤을 얻었다. 이 시는 앤이 네 살 무렵 쓴 시다.

딸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폭풍처럼 거칠다. 그 험한 세상에서 딸을 키워야 하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다.

아버지는 기도한다.


무성하되 잘난 척하는 나무가 되지 말고, 아름다운 소리를 세상에 퍼뜨리는 사람이 되라고. 푸르고 정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라고. 편견과 차별로 가득한 세상에서 딸을 키우는 아버지들은 늘 기도를 하게 된다. 아버지의 기도가 세상의 딸들을 지켜주기를….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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