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매경데스크] '고무줄 공시가' 내년 대선도 흔든다

입력 2021/04/19 00:07
수정 2021/04/19 17:27
공시가 끌어올려 세금폭탄
부유층·서민 할것없이 고통
기준 못 밝히고 산정 엉터리
선거때 부메랑으로 돌아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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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는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9.08% 끌어올렸다. 예년엔 연 4~5%씩이었으나 갑자기 인상폭을 4배 키웠다. 특히 올해엔 세종 70% 등 지방을 대폭 올렸다. 종합부동산세 대상 가구가 두 배 가까이 늘고 지역민들의 보유세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보유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다. 집을 팔아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집값이 떨어진다고 세금을 돌려주지도 않는다. 요즘 가렴주구(苛斂誅求·세금을 가혹하게 거둔다는 고사성어)가 '벼락거지'와 더불어 부동산 카페에서 자주 언급된다.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안기니 나오는 말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공시가 산정 과정은 엉터리로 드러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조세저항이 거세질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내년에도 공시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참이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공시가 산정 과정은 부실 그 자체다. 매경이 수차례 보도했는데 황당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연남동의 한 단독주택 소유자 사례다.

A씨는 2018년 12월 우편물을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 감정원(현 부동산원)으로부터 사전 통보받은 2019년 공시가격이 40억6000만원이었다. 전년인 2018년 공시가격은 15억6000만원이었는데 1년 만에 25억원을 올린 것이다. A씨 가족은 울분을 토했고 매경은 이를 1면에 보도했다. 매경 보도 후 감정원은 2019년 1월 최종 공시에서 갑자기 10억원을 깎아 30억3000만원으로 수정해 통보했다. 공시가가 15억원→40억원→30억원으로 널뛰기한 것이다.

멋대로 남의 집 공시가를 주물럭거리는 담당자는 누굴까. 10억원씩 올렸다 내리는 기준이 과연 있긴 한 걸까. 만약 매경이 보도하지 않았거나, A씨가 지나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고령의 집주인 중엔 이의신청 제도를 모르거나 온라인 신청을 못하는 이도 꽤 된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엉터리 공시가에 피눈물을 흘렸을지 가늠이 안된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심지어 성수동 갤러리아포레는 조망과 관계없이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아예 똑같은 공시가를 매겨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정부는 뭐가 무서운지 기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만든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인상 로드맵'이다. 기계적으로 공시가를 올린다는 황당한 계획이다. 심지어 집값이 떨어져도 공시가는 올라간다. 한마디로 '매년 더 많은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안긴다'는 말이다. '조세법정주의'에 어긋나고 위헌 가능성이 있는데도 강행할 기세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공시가로 인한 시민들의 분노가 컸던 걸로 보인다. 종부세 부과 가구만 서울에서 지난해 28만가구에서 올해 41만가구로 늘었다. 종부세 대상 주택은 4인 가족 이상 꽉 채워서 거주하는 중대형 평수가 많다. 4인 모두 투표권이 있다면 160만표 안팎이 된다. 특히 공시가 인상은 서민들을 더 괴롭힌다. 공시가가 올라 기초수급자나 의료급여 수급권자에서 탈락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 1억원 미만 주택 19만채가 값이 올라 취득세와 청약 자격에서 받던 혜택을 빼앗기거나,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양도소득세 중과에서 빠지는 3억원 미만 주택도 수십만 가구 줄었다.

여기에 겉과 속이 다르게 뒤편에서 자기들 꿀만 빨았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내로남불' 행태가 '부동산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내년은 혼란이 더 커질 것이다. 1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 공개부터 국민은 술렁일 것이다. 수억 원씩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 기초수급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속출할 전망이다.

대통령선거는 3월 9일이고 지방선거는 6월 1일이다. 온 국민에게 고통을 주던 '공시가 로드맵'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이제 정부·여당에 암적인 존재가 됐다. 결자해지다. 빨리 폐기할수록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선걸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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