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충무로에서] 오염수 방류 꽁꽁 숨긴 아베

입력 2021/04/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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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시아 특집판에서 아시아의 영웅 65명을 선정했다. 마하트마 간디, 덩샤오핑 등 역사적 인물 사이에 '미야모토 시게루'라는 생소한 이름이 올랐다.

세계적 인기를 끈 비디오 게임 '슈퍼마리오'를 만든 닌텐도 연구개발자였다. 그는 슈퍼마리오가 남녀노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 비결로 상술이 아닌 순수한 동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슈퍼마리오는 누군가를 해치지도, 심지어 벌레를 내리쳐 잡지도 못할 것 같은 이미지"라고 자부한다.

10년 뒤인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폐회식 행사에 이런 선한 이미지의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한 남성이 등장했다. 바로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다. 4년 뒤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슈퍼마리오 이미지를 활용했다.


주지하듯 2020년 도쿄올림픽은 아베가 공을 들인 국가 프로젝트였다. 그는 2013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2011 동일본 대지진'을 키워드로 부각했다. "우리가 올림픽을 유치하면 세계인들에게 '극한의 참사를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라며 실제 각국 동정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2020 도쿄올림픽'은 그러나 아베의 바람과 달리 작년 팬데믹 사태로 1년 늦춰졌다. 이로 인해 그는 재임 중 도쿄올림픽을 치르지 못하고 그해 9월 건강 문제로 사임했다.

최근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내각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스가 내각의 일방적 결정도 문제지만, 기자에게는 전임자인 아베 내각이 작년 상반기까지 국제사회에 오염수 방류 이슈를 철저히 함구한 사실이 더 소름 끼친다.

만약 팬데믹이 없었더라면 아베 내각은 작년 여름 올림픽을 성대히 치르고 오염수 방류를 공론화해 세계인들의 뒤통수를 쳤을 것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슈퍼마리오 탈을 썼던 아베의 머릿속에는 이미 '올림픽 뒤 오염수 방류 문제를 처리하면 되지'라는 셈법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8년 전 일본이 세계에 약속한 희망과 재건의 노력은 결국 자신들만을 위한 가치였다.

[국제부 = 이재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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