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World & Now] 바이든의 고민, 시진핑의 수읽기

입력 2021/04/20 00:06
美부양책 中제품 소비 늘려
신냉전에도 미중 무역 증가
올 1분기 교역액 61% 급등

바이든 정부 對中 봉쇄전략
현실성 떨어진단 지적 나와

시진핑 "시간·형세는 우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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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미국에 묵직한 고민을 던져주는 경제지표가 하나 발표됐다. 바로 중국의 1분기 수출입 현황이다.

지난 14일 중국 해관총서(우리의 관세청)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난 1월 이후 3월까지 중국과 미국의 교역액은 1조772억위안(약 18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3% 급증했다. 이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은 7747억위안으로 지난해보다 62.7% 증가했고, 수입액은 3025억위안으로 57.9%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중국의 수출을 크게 늘린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숫자가 공개되자 중국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중국 상무부 전직 고위 관료인 허웨이웬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는 양국 간 무역 증가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는 정치인들이 결코 경제규칙을 깰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인들이 날마다 중국을 향해 '공격 앞으로'를 외치더라도 미국인들은 '메이드인 차이나' 없이 살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미·중 간 막대한 교역액은 불가분의 양국 경제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며 "'정치적 냉기'와 '경제적 열기'가 공존하는 양국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도 커져만 가는 중국의 대외무역은 바이든 정부 대중국 전략의 핵심인 '동맹 부활'의 칼끝도 무뎌지게 한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미·중의 충돌 상황에서 양자택일을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경제칼럼리스트인 마틴 울프는 최근 '중국 봉쇄 전략은 실행 가능한 방안이 아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와 좋은 관계를 원하고 있으며 중국을 버리고 미국을 선택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는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과거 기고문에서 "지구촌 국가의 3분의 2가 중국을 최대 무역 파트너로 삼고 있고 미국 경제도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소련에 했던) 봉쇄 전략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냉전 당시 소련보다 더 풀기 어려운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라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갈등 속에서 "시간과 형세는 우리 편"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었다. 지난 3월 알래스카 회담 이후 신냉전이 본격화된 2분기에도 미·중 양국 간 경제거리가 더욱 가까워질지 궁금해진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iss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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