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매경포럼] 종부세 유감

입력 2021/04/20 00:08
집값 13년 새 두 배 올랐지만
종부세 잣대는 9억원 그대로
12억원으로 기준 상향하거나
상위 1% 주택에만 부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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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출범한 노무현정부가 집값 잡기 수단으로 야심 차게 내놓은 게 종합부동산세였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세수 확대까지 노리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라고 판단했다. 정권 출범 초기 청와대 빈부격차·차별시정 기획단의 기획운영실장을 맡았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산파 노릇을 했다. 애초 종부세는 일종의 부유세(富裕稅)로 출발했다. 해서 최상위 1% 가구 정도에만 매길 요량이었다. 첫해인 2005년 부과 대상은 3만가구, 세수는 4400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김 실장은 "사실 처음에는 종부세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지방세인 재산세를 강화하려 했더니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은 돈이 넘쳐나 거둘 필요를 못 느꼈다.


보유세를 올려봤자 지방세로 다 나가니 지방세의 윗부분을 국세(종부세)로 돌리자는 거였다"고 말했다.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내린다'는 해묵은 숙제의 답을 종부세에서 찾았다는 얘기다.

이랬던 종부세가 문재인정부 4년 만에 가장 무서운 부동산 세금으로 돌변했다. 현재 1가구 1주택자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9억원을 웃도는 주택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 올해엔 전국적으로 공동주택의 3.7%인 52만5000가구, 서울은 16%인 41만3000가구가 해당된다. 4년 전에 비해 전국은 5.7배. 서울은 4.7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현행 세법상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 호화 주택으로 보는 것이다. 올해 공시가 현실화율(공시가/시가 비율)이 70% 선이므로 역산하면 시가로는 12억~13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하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부부 공동명의라면 1인당 6억원씩 총 12억원을 초과하는 부분부터 종부세를 내야 한다.

문제는 이 종부세 잣대가 2009년부터 13년 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사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7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집값은 두 배로 올랐는데 호화 주택을 가르는 '공시가격 9억원'의 잣대는 요지부동이라는 얘기다. 강남 3구는 물론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내 25평(전용면적 60㎡) 아파트 중에서도 이 기준을 넘는 주택이 수두룩하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폭탄이다. 시대에 맞지 않은 옷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일단 1주택자는 12억원 선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 오죽하면 강성 친문으로 꼽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마저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법안을 준비 중일까. 그는 1주택자의 재산세 인하 기준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완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지역구인 마포구 집값 급등으로 주민들 불만이 커진 것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처럼 집값 상위 1%만 종부세를 매기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1%에게 매겼던 세금이 종부세"라며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대폭 상향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 같은 경우 종부세 대상자가 16%로, 너무 많다"며 "원래 노 대통령 시절에는 상위 1%였다"고 덧붙였다.

공시가격 시가 반영률도 주택의 경우 올해 70.2%에서 2030년 90%로 올리겠다는 게 현 정부 플랜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이후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세금이 자동으로 늘어난다. 올해 5조1000억원 선인 종부세 세수가 2030년에는 50조원까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집값이 올라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세금폭탄을 쏟아붓는 것은 민심의 역풍만 부를 것이다.

[설진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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