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쉿! 당신의 성욕이 노출된다 [매경데스크]

입력 2021/05/10 00:07
수정 2021/05/10 07:42
fMRI·미세전극 시스템 활용해
사람 생각·의식상태 해독가능
뇌과학과 AI, 엄청난 상승효과
뇌질환 치료에 큰 도움 되지만
독재권력 연결땐 끔찍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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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매우 불쾌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우리의 생각이 실시간 노출될 위기다.

프랑스의 인지심리학 권위자 스타니슬라스 데하네는 이렇게 말한다. "뇌활동에는 우리 생각의 모든 부호가 포함돼 있다. 이 부호를 해독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의 내면세계에 완전히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이것은 공상과학 속 이야기일까? 데하네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몬트리올대의 마리오 보러가드에 따르면 사람이 성적으로 흥분할 때 뇌에선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오른쪽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이어 시상하부와 우측 전방측두엽극에서 전기신호가 두드러진다.

역으로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로 당신의 뇌를 들여다볼 때 이 부위들이 유난히 활성화돼 있다면 당신이 성적으로 흥분한 상태임을 눈치챌 수 있다.


슬픔에 빠진 사람의 뇌에선 좌측 편도와 섬엽, 우측 전전두피질 등에서 강한 신호가 포착된다.

UCLA 신경외과 전문의 이츠하크 프라이드의 발견도 경이롭다. 그는 개별 신경세포 활동을 기록할 수 있는 미세 전극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전방측두엽극에서 특정 얼굴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했다. 예컨대 한 신경세포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사진을 볼 때만 전기신호를 낸다. 또 다른 환자의 특정 신경세포는 유명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턴의 얼굴에만 반응한다. 심지어 이 세포는 사진뿐 아니라 제니퍼 애니스턴이란 단어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데하네는 이에 대해 "어느 신경세포가 신호를 내고 침묵하는지 관찰함으로써 한 사람이 지금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추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뇌과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물을 만났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와 결합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태세다.

뉴럴링크는 뇌에 칩을 삽입해 인간 잠재력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인간에 앞서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박았다. 먼저 원숭이가 비디오게임을 할 수 있도록 조이스틱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


원숭이가 게임을 할 때의 뇌활동 패턴이 칩에 고스란히 입력된다. 이후 전자장치로 칩과 조이스틱을 연결한다. 칩에 저장된 원숭이의 뇌활동 패턴을 강제로 실행시키면 해당 정보가 전자장치를 타고 조이스틱을 움직여 게임을 수행한다. 원숭이가 조이스틱을 잡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뇌와 가상화폐 채굴 연결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람의 뇌에 센서를 연결하고 fMRI·뇌파 검사로 뇌활동 데이터를 수집한다. AI가 이 데이터를 분석해 그가 어떤 생각(또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이 사람이 과제(특정 웹사이트 이용, 광고 시청, 특정 장면 상상 등)를 수행 중인 것으로 판명되면 즉각 보상(가상화폐 지급)이 이뤄진다.

사람의 생각을 읽고, 반대로 사람의 뇌에 타인의 생각을 삽입하는 것은 조만간 원격으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기술은 의식은 있지만 신체가 마비된 환자들의 활동을 도울 수 있다. 치매·우울증 치료에 획기적 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명분이 관련 연구와 상용화를 부추길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수전 슈나이더는 "동작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 목적은 기대되지만 광범위한 사용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절한 규제가 없으면 개인의 속 깊은 내면이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기술이 권력과 연결될 때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사람의 생각을 감시하고 사람들에게 권력 입맛에 맞는 생각을 주입할 수 있는 시대. 그것은 인류 종말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남기현 벤처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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