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윤미향 출당, 선택적 결벽증 [매경데스크]

입력 2021/06/11 00:07
수정 2021/06/11 01:42
위안부 횡령·배임 기소땐
尹 보호했던 민주당
권익위 조사 직후 출당결정
'피고인 고검장'은 용납하면서
농지법 의혹 동료엔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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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환승용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한국이 선진국임을 실감한다. 꽤 큰 규모의 군중이 병목 구간을 지나는데도 몸 부딪칠 일 없이 질서정연하다. 앞서가려는 사람 한 명이 없다.

30여 년 전 등굣길 버스정류장을 기억한다. 그때는 무리 속에 있는 것 자체로 긴장해야 했다. 누군가 반드시 밀치는 사람이 있고 작은 소요가 일고 줄은 헝클어지고 집단적 조급증이 번져나간다. 한 세대 만에 한국인들의 질서의식과 교양, 도덕감정은 몇 차원 고양됐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같은 국민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다. 생경하다 느끼지 않는 것은 30년에 걸쳐 조금씩 변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 권고 내지는 출당 결정을 내린 것은 생경함을 넘어 뜨악하다.


순식간에 30년을 건너뛰어 이동한 느낌이다.

출당 조치 대상인 윤미향 의원의 남편은 9일 낸 입장문에서 민주당의 조치에 대해 "헛웃음이 나오고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그 심정이 조금 이해가 된다. 윤 의원은 지난해 위안부 피해자 이용 논란으로 국민적 지탄 대상이 된 바 있다. 그를 제명하라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민주당은 들은 척하지 않았다.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후에도 못 본 척했다. 지금은 국민권익위원회 자체 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바로 출당시키겠다고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한 것보다 부동산 차명거래가 더 중하다고 봤다면 꽤 독특한 관점이다. 아니면 결벽증이 선택적으로 작동하거나. 용변 후에 손은 안 씻으면서 셔츠에 묻은 얼룩은 못 견디는 사람 같다. 윤 의원은 갑자기 확 달라진 당 태도에 당황했을 것이다.

법무부는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피고인인 검사 이성윤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며칠 전 일이다.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현직 고검장인 현실에 여당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모친 묘소를 구입하며 농지법을 어겼다고 의심받는 우상호 의원을 당 동료로 두는 것은 불편했던 모양이다.


22년 당지기인 그에게 탈당하라고 한다.

청와대는 김오수 검찰총장까지 모두 33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 찬성 없이 임명했다. 그중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달 임명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우 종합소득세 5년 체납,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외유성 해외 출장, 논문 표절 등 갖은 '하자'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여당은 찬성했다. 이런 하자를 가진 사람들이 장관 자리에 있는 것은 괜찮고 권익위 조사에 걸린 의원이 당적을 유지하는 것은 안 되나.

지난 4년 여당은 자기편 허물에 엄격한 편이 못 됐다. 실은 무척 관대했다. 그 '내로남불'의 결정판인 조국이 자서전을 내고 그 자서전에 대해 여당 대선후보들이 격려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불과 며칠 전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반쪽짜리'일망정 사과를 하기는 했다. 조국 사태 때 여당은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자'고 했다. 조국 부인 정경심 씨 1심 유죄 판결이 지난해 12월이었는데 그 후 반년을 기다려 사과했다. 그나마 대법 판결 때까지 기다리지 않은 것이 의외다. 그렇게 신중했던 당이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의원 12명보고 나가라고 한다.

사람의 인격은 1년 만에 도야되기 어렵다. 국민의 교양 수준이 바뀌려면 한 세대는 필요하다. 피고인을 서울고검장에 임명하는 데 아무 반대도 하지 않았던 민주당은 불과 며칠 만에 '국민 눈높이'를 거론하며 "억울하더라도 당 밖에서 소명하고 돌아오라"고 오랜 동료들을 내친다. '하루아침에 정당 품격 올리기', 민주당은 지금 그 실험을 하고 있다.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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