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박정철 칼럼] '부동산 정치'에 갇힌 몽상가들

입력 2021/07/15 00:07
수정 2021/07/15 01:09
4년간 26차례 정책실패에도
징벌과세·규제폭탄 남발
국민 편가르기 더는 말아야
68080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가장 경멸한 사람은 시스템에 갇힌 정치 몽상가들이었다. 이상적인 사회를 위한 자신들만의 설계와 비전에 빠져 그에 따른 사회 혼란과 대중의 피해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스미스는 특히 지도자가 '체스판의 말'처럼, 사회 구성원들을 자기 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간은 각자의 욕구와 자율성이 있는데도 법률로 이를 제약할 때 정책은 실패하고 사회는 무질서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권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개인의 욕망과 경제적 자유를 무시한 이상적 정책에 가깝다. 지난 4년간 26차례의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혀 '부동산 정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이들의 부동산 정책 핵심은 가격 통제와 증세, 시장 감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주택관리매입공사를 만들어 주택 가격의 하한·상한선을 관리하겠다"고 했다. 주택이 일정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사들이고, 오르면 주택을 시장에 내놔 정부가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을 조정하려면 주택 2000만채 중 최소 10%를 보유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수백조 원이다. 집값 등락에 따라 입주·퇴거 시기와 임대료 산정, 지역별 주택 수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게다가 정부가 집값이 쌀 때 매입하면 시장에선 '가격 상승' 신호탄으로 간주해 집값이 다시 폭등할 우려도 크다.

'비필수 부동산'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공약도 문제다. 부모 노후나 자녀 교육, 직장 때문에 주택을 추가 매입한 경우도 적지 않은데 비필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모호하다.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가혹한 세금부터 매기면 수요가 강남 등 '똘똘한 한 채'로 몰려 시장만 양극화할 공산이 크다.


전월세난의 숨통을 틔워주는 다주택 보유자의 역할도 막힐 수 있다. 장기임대 공공주택 공급도 논란거리다. 공공주택을 200만채 이상 공급하려면 한 채당 1억원씩 잡아도 200조원이 든다. 지금도 공공주택 부실 문제로 시끄러운데 주택 유지와 보수, 관리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동산감독원 설립 또한 개인의 사생활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땅에서 얻은 이익을 나눠야 한다"며 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발의할 태세다. 그러나 택지소유상한법 등은 위헌 결정이 났거나 법적 논란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더구나 택지 소유 상한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생산시설 확장을 위해 토지가 필요한 기업의 발목을 잡고 개인의 자유로운 거래까지 막는 시장 통제나 다름없다.

여권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을 '유산자'와 '무산자'로 편을 가르려 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소수 부자가 주택과 토지로 집값을 올리고 불로소득을 챙긴다는 '프레임'을 짜서 부동산 실정을 덮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속셈이다. 약자의 분노를 자극해 부유층과 유주택자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포퓰리즘 수법이다. 하지만 외부의 적에 대한 혐오나 부자들에 대한 질시를 조장하는 것은 전체주의 지도자나 하는 행태다(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노예의 길'). 땀 흘려 부를 일군 사람에게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고, 그 이하 계층에게는 혜택을 몰아주는 식의 정책은 개인의 노력과 공정한 경쟁을 짓밟고 계층 불신만 부추길 뿐이다. 고가 주택에 살거나 다수 토지를 보유한 사람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죄인 취급을 하는 것은 '정의'라 할 수 없다.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까지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주택시장을 투기로만 바라보는 편협한 인식과 설익은 정책은 시장만 왜곡시키기 마련이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자신이 이룬 것을 보호받지 못하면 일할 의욕이 사라지며, 남에게 의존하고 나태해지는 병폐만 남게 된다. 이런 사회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이제라도 여권 주자들이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