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미니(MINI)의 걸리버 여행…커진 미니, 작아진 세상

최기성 기자
입력 2021/07/23 16:43
수정 2021/07/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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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출시된 오스틴 세븐 [사진 출처=미니]

신차는 3~5년 산고 끝에 나온다. 개발비는 적어도 3000억원 이상 들어간다. 기아는 플래그십 세단인 K9을 처음 개발할 때 연구기간 4년5개월 동안 5200억원을 투입했다.

시간과 돈이 있다고 좋은 차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자동자시장을 공략하려는 자동차 브랜드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극한 테스트를 거쳐 자동차를 내놓는다.

기아차 스팅어는 영상 49도까지 올라가는 모하비 주행시험장 인근 데스밸리에서 혹서기 테스트를 진행했다. 알프스산맥 경사구간에서는 동력 및 제동 성능을 테스트했다. 국내에서도 산악코스 테스를 10만km 이상 달렸다.

제네시스도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260만km에 달하는 내구 테스트를 거쳐 차량을 내놨다. 지구 65바퀴를 돈 셈이다.


극한 테스트를 거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1년에 내놓는 차는 100여종 이상이다. 글로벌 시장이 아니라 일부 국가만 타깃으로 판매하는 차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갖은 고생을 거쳐 나온 신차들은 또다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차들은 신차 개발 기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 쓸쓸히 사라진다.

살아남기 위해 처음 출시됐던 당시와 다른 모습과 다른 성격으로 변해 이름 말고는 같은 게 없는 차들도 많다.

치열한 자동차시장에서 50년 넘게 원래 모습을 유지하면서 ‘장수’하는 모델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억’소리 나는 럭셔리 차나 희소가치 높은 차가 아니라면 ‘명차’나 ‘베스트셀링카’라는 명성을 얻는 것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

BMW그룹 프리미엄 소형차인 미니(MINI)는 출시된 지 60년이 넘은 ‘구닥다리’다. 그러나 현재도 출시 당시의 전통과 정통을 계승하고 있는 보기 드문 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을 이어주는 ‘자동차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회춘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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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오토캠핑 [사진 촬영=최기성]

미니는 1959년 ‘세계 최고의 미니카(mini car)’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등장했다. 미니는 발표 당시 ‘오스틴 세븐’과 ‘모리스 마이너’로 불렸다. 미니라는 차명과 브랜드는 1969년부터 사용됐다.

BMW그룹은 1994년 영국 로버에서 인수한 뒤 2000년 ‘21세기 미니’를 선보였다.

미니는 영국 로버 시절이나 BMW그룹 일원이 된 이후에도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오히려 젊어졌다. 나이를 거꾸로 먹었다.

이유가 있다. 한결같은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도외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때로는 변화를 선도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매몰돼 뒤따라가다 정통성을 잃지 않았다. 대신 시대 흐름도 무시하지 않았다. 변덕이 심하고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한 차종으로 가지치기하고 있다. 미니의 ‘무한도전’이다.

사실 미니는 BMW가 인수한 뒤에도 한동안 미혼 남녀를 위한 '미니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젊었을 때에는 다이내믹한 고카트(작은 경주용차) 성능을 즐길 수 있지만 가족이 생기면 좁은 뒷좌석에 아이를 태우고 다니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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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걸리버 여행 [사진 촬영=최기성]

미니는 이에 차체를 키우는 정책을 추구했다. 그 결과 왜건 스타일인 클럽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자 4륜구동 4도어 모델인 미니 컨트리맨, 미니 컨트리맨의 쿠페 버전인 미니 페이스맨, 세단 성향을 강화한 미니 5도어가 나왔다.

이들 차종은 미니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미니 클럽맨과 미니 5도어는 ‘미~니’다. 미니 컨트리맨은 ‘장신 미니’다. 미니는 커지고 세상은 그만큼 작아졌다.

오픈카인 컨버터블, 고성능 오픈카인 로드스터로도 나왔다. 포르쉐 뺨치는 고성능 모델 미니 JCW도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서는 미니 고유의 깜찍하고 스포티한 개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신형 미니, 티 내지 않아도 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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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미니 5도어 [사진 출처=미니] ​

올 7월 출시된 신형 미니도 마찬가지다. 기존 미니처럼 첫눈에 달라진 곳을 찾기 어렵다. 부분변경(페이스 리프트)이라도 완전변경(풀체인지)에 버금가게 디자인이 바뀌는 요즘 트렌드와는 이번에도 거리가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기존 차량의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다.

미니는 신형으로 진화할 때마다 티 내지 않아도 티 나는 매력을 발산한다. 이번에 나온 신형 미니도 티가 났다. 이번엔 사람의 코 또는 입에 해당하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다.

그릴 테두리를 미니 특유의 육각형 라인으로 두툼하게 처리했다. 그릴 중앙을 가로지르는 중앙 범퍼 스트립은 검정색 대신 차체와 같은 색상을 적용했다. 터치 수준이지만 이미지는 달라졌다. 차체가 넓어 보이면서 강렬해보인다.

범퍼 하단 좌우에 있던 안개등은 사라졌다.


대신 고성능 모델에 적용하는 에어커튼을 적용해 공기역학 성능을 향상시키고 역동적 이미지도 강조했다.

미니의 변하지 않는 아이콘인 동그란 헤드램프 안에 블랙 하이글로스 하우징을 채택했다. 눈빛이 좀 더 강렬해졌다. 보닛에 부착한 엠블럼은 세련된 블랙컬러를 적용했다.

기존 미니처럼 신형 미니도 종전 모델보다 더 젊어지고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나이를 거꾸로 먹은 셈이다.

실내는 겉으로 보기에 달라진 곳을 진짜 찾기 어렵다. 대신 심플해졌다. 크롬 사용을 자제하고 블랙 하이글로스로 마감해서다.

속은 알차졌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유아이(UI)를 통해 시인성과 편의성을 향상했다. 운전자 주행보조 기능은 완전변경 수준이다. 하이빔 어시스트, 보행자 경고 및 제동, 차선이탈 경고 등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와 스탑앤고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탑재했다.

◆부모와 자녀, 미니 통해 세대 차이 넘어 세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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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미니 5도어 [사진 출처=미니] ​

‘MINI’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mini’에 얽매이지 않은 미니는 아빠 엄마와 아들 딸이 ‘세대 차이’를 넘어 ‘세대 공감’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출시된 지 60년이 넘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가 함께 소통하고 대동단결할 수 있는 ‘자동차 문화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해외에서는 로버 미니를 탄 아빠나 엄마, 뉴 미니를 탄 아들이나 딸이 함께 미니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게 낯설지 않다. 자녀를 독립시킨 뒤 큰 차가 필요없어진 부부가 미니를 구입하기도 한다. 아빠차, 엄마차로 인기다.

국내에서도 미니는 아들이나 딸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 출시 초기에는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철부지 차’로 평가받았다. 예쁘지만 좁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깜찍한 외모에 반한 여성이 주로 구입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3도어, 5도어, 왜건, 컨버터블, SUV 등으로 다양해진 라인업 때문에 미니만으로도 성별이나 세대에 상관없이 누구나 골라 탈 수 있다. 국내 미니 행사에서도 아빠나 엄마, 아들이나 딸이 함께 참석해 ‘미니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니 구매자 데이터에서도 세대 공감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미니 구매자 성별 연령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남녀 구매자 비율은 49대 51로 나왔다. 사실상 평준화됐다.

미니 클럽맨과 미니 컨트리맨의 경우 남성 구매자 비율은 52%와 55%로 높다. 미니 클럽맨이 주는 젠틀맨 이미지, 미니 컨트리맨이 제공하는 활용성과 활동적인 이미지 덕분이다.

중장년층 구매자도 증가추세다. 연령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30대가 41%로 가장 높다. 2위는 20대가 아닌 40대로 31.3%다. 20대는 13%, 50대는 12.8%다.

‘꽃중년’에 해당하는 40~50대 중장년층 비중이 44.1%에 달하는 셈이다. 미니는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계 큰 손’ 꽃중년에 힘입어 지난 2019년 수입차 성공 척도 ‘연간 1만대 판매’에 처음 성공했다. 판매대수는 10만222대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11만245대가 팔렸다. 올 상반기에도 6174대를 판매했다.

여기에 기존 미니보다 디자인은 물론 품질도 개선된 신형 미니가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3년 연속 1만대 클럽 가입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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